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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선수 /사진=AP연합뉴스 |
[쇼미 더 스포츠-186] 류현진이 동양인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이하 MLB) 평균자책점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내셔널리그는 물론 아메리칸리그를 통틀어 평균자책점 전체 1위를 차지함으로써 자신이 명실상부한 MLB 현역 최고 투수 중에 한 명임을 입증했다.
류현진은 2006년과 2010년 KBO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 1위를 2번 차지한 바가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에는 2.23, 2010년에는 1.82를 기록했고, KBO리그 7시즌 동안 평균자책점은 2.80이었다.
참고로 2010년에 1.82의 평균자책점은 KBO리그 최근 20년 동안 유일한 1점대 기록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MLB에서도 1점대 평균자책점(1.97)을 기록한 바 있다. 비록 82.1이닝에 불과해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부상 복귀 후 시즌 막판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다저스의 제1 옵션으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초반 류현진의 활약은 가히 몬스터급이었다. 올스타전 선발투수에 1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은 그를 사이영상 1순위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MLB는 역시 만만치 않은 무대였다. 류현진은 콜로라도, 뉴욕,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각각 7실점이나 하며 무너졌고, 결국 그로 인해 1점대 평균자책점을 놓치게 되었다. 2.32이라는 평균자책점이 왠지 모르게 조금 아쉬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도 MLB 내셔널리그 1위인 제이컵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은 1.70이었고, 아메리칸리그 1위인 블레이크 스넬은 1.89였다. 직전 시즌에 두 명이나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가 있었다는 점 또한 류현진의 올 시즌 1위를 조금은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 10년간 류현진보다 높은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경우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록으로 볼 때 올 시즌 MLB는 투수들에게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전체 투수들의 경기당 평균자책점은 4.51이었다. 1871년부터 2019년까지의 MLB 통산기록들을 비교해 볼 때, 전체 10번째로 높은 시즌이었다. 1936년 이후의 기록만 놓고 봤을 때는 5번째로 높은 시즌이었으며,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가장 높은 시즌이었다.
게다가 추세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최근 MLB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특히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디그롬과 스넬, 클레이턴 커쇼 등과 같은 투수들이 최근 수년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시즌으로 인해 착시현상이 생겼던 것뿐이지 실제 최근 MLB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던 타고투저 현상이 다시 도래한 듯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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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전체의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는 따로 분석할 필요와 가치가 있지만, 이러한 녹록하지 않은 주변 환경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올 시즌 선전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게다가 대다수의 MLB 투수들과 달리 류현진은 강력한 직구의 구속과 구위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선발 경기 당일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크게 무너지는 때도 있지만 이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나이로 33세인 류현진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2.32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MLB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KBO리그에서도 단 2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게다가 올 시즌 기록한 29번의 선발 등판과 180이닝이 넘는 투구 이닝은 20대 초반의 류현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내구성이다. 류현진에게 남은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 나아가 내년 시즌에서도 올 시즌만큼의 성적을 기대해 봄 직한 이유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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