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반입·가공 잇단 금지에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없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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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한국·중국 등 아시아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햄 없는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돼지 반입이나 가공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83%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가장 길고 오래된 축제로 꼽힌다. ‘노체부에나’로 불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과 다음날 가족이 모두 모이는 축제 때도 등장한다. 평소에도 필리핀 햄을 애피타이저로 먹거나, ‘필리핀 국민빵’ 판데살에 넣어 먹기도 한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7번째 돼지고기 수입국이다.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 마누엘 모가토는 “햄 없는 크리스마스는 우울하다”며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칠면조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처음으로 필리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보고된 이후 지난 23일 현재 수도 마닐라 근처의 마을 2곳을 비롯해 12개 마을로 확산됐다고 <채널 뉴스아시아> 방송은 전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9일 “필리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가 죽거나 살처분되면서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며 “인간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필리핀 지방정부들이 돼지 반입이나 육류 생산을 중단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필리핀 세부와 보홀 지역은 루손섬에서 돼지를 들여오는 것을 금지했다. 이 신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다바오도 조만간 금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른 지역들도 합류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업 분석가인 데이비드 라미레스는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비해) 9월이나 10월부터 육류가공업체들은 햄 생산을 늘리기 시작한다”며 “햄을 생산하기 위해선 몇 단계의 오랜 과정이 필요한데 아무도 사지 않으면 기업들은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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