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요청 외면한 채 비난만 높여 / “정부 초조함 벗고 때를 기다려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
북·미 실무협상 일정이 안갯속에 둘러싸인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을 향해 남북대화 복귀를 직·간접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북한을 향한 우리 정부의 일방적 구애가 거듭되면서 협상력 상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강화 움직임에 대해 “조선반도(한반도)와 아시아 평화, 안정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군사적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대신 오히려 그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외세의 군사적 지배를 반대하는 남조선 인민들에 대한 우롱”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경기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이른바 한미동맹에서 살길을 찾으려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황금빛 북한 들녘 2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바라본 북한지역 들판의 벼들이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파주=이제원 기자 |
북한의 비난 속에 한국 정부는 북한을 향해 계속해서 대화 요청을 보내고 있지만 번번이 무시당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한 방역 협력 요청이나 내달 15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 응원단 파견 등에 대해 북한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외에도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11월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고, 제74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주제인 이번 회의에서 북한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발표했다.
북한은 우리 측의 이 같은 요청이나 발언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조함을 벗어나 대북 협상력을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에 초연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끊임없이 구애하다 보니 북한은 우리를 고정변수로 보고, 오히려 더 상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시기가 오면 북한은 다시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때까지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점검하면서 대북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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