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밤 방역현장 점검, 주말 긴급 방역회의 주재
"기존지식으론 안돼···국내외 식견 총동원 필요"
"지하수, 파리···상상치 못한 감염경로 있을수도"
"정부 방역 비판 있어도 감내하며 최선 다해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은 당연합니다. 정부 방역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그런 걸 모두 감내하면서 최선 그 이상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말인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재난수습본부 상황실을 찾아 범정부 ASF 방역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17일 경기 파주에서 첫 국내 ASF 확진 사례가 확인된 이후 추가로 8건이 더 나왔지만 이 총리는 26~27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을 위해 국회에 출석해야 했던 터라 그간 회의를 직접 챙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주말인데도 쉬지 못하고 ASF 방역에 임하는 모든 분들께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현재 방역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리는 방역 전문가들에게 “상상치 못한 다른 감염경로가 있을 지 모른다”며 “국내, 국외를 포괄하는 세계 최고의 전문적인 식견을 총동원해 이번 방역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총리, “주말에도 빈틈 없어야···”
이날 회의에는 농식품·통일·국방·행안·문체·환경부 장관, 국조실·식약처·해양경찰청·소방청·관세청장, 국무2차장, 경찰청 차장 그리고 17개 시도 단체장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침투해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경계할 수 밖에 없다”며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때로는 매뉴얼을 뛰어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면서 인천 강화군의 전면적 예방처분을 예로 들었다.
인천 강화군은 국내 ASF 양성 확진 사례 9건 중 5건이 나온 곳으로, 강화군은 지난 27일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내 모든 돼지농장을 대상으로 살처분을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 강화군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는 3만8,001마리. 이는 인천 전체 사육 돼지 4만3,108마리의 88.2%에 이르는 수치다.
그럼에도 이 총리는 “방역이 완벽하다고 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감염 경로와 감염 매개체가 여전히 확정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이 총리는 “지금 소독·방역은 사람, 차량, 큰 짐승에 의해 바이러스가 옮겨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지하수 침투, 파리 같은 작은 날짐승 등은 현재 방역체제로 완벽하게 막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이 총리는 “제가 상상치 못한 다른 감염경로가 있을 지도 모른다”며 “방역 당국은 국내외 세계 최고의 전문적인 식견을 총동원해 이번 방역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속 타는 이총리, 한밤 중 방역초소 불시점검
이 총리는 회의에서 전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마친 직후 경기 고양과 김포 방역 현장을 직접 점검하면서 느낀 점도 공유했다.
이 총리는 “어젯밤 9시 전후 농장 초소 2곳과 이동통제 초소 1곳을 예고 없이 점검했다”며 “아직 ASF가 발생하지 않은 이른바 후방지역에 해당하는 고양의 양돈 농가 2곳, 서울과 김포의 경계선에 있는 이동통제 초소를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리는 “24시간 방역, 교대근무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며 민간과 공무원, 경찰 등의 노고에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동통제 초소에서 자동으로 소독약을 분무하고, 근무자들은 안에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근무 시간만이라도 실내에 앉아 있지 말고 실외에 서 계시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9건의 양성 확진이 나왔기 때문에 국민 걱정과 불안은 당연하다”며 “정부 방역에 대해서 비판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다 감내하면서도 최선 그 이상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번 일이 원만하게, 조기 수습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北에서 온 것 같지만···감염경로 오리무중
정부가 전일 인천 강화군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초강수를 두면서 전국 살처분 돼지 수는 9만 마리에 달하게 됐다. 매뉴얼에 적시된 ‘반경 500m’를 훨씬 뛰어넘는 ‘반경 3㎞’으로 확대한 데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첫 확진 사례가 나온 후 12일째 여전히 감염 경로와 감염원 등이 특정되지 않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한국과 가장 가까운 ASF 발병 지역인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을 가장 높이 보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확진 사례가 나온 곳이 모두 접경지역이기도 하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으로부터의 남하가 ASF 감염 경로 아니냐’고 이 총리에게 질문했고, 이에 이 총리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이 총리는 “북한이 (5월 말) 세계동물보건기구에 ASF를 신고한 직후 접경 지역의 방역 초소를 돌아다닌 이유가 있다”며 “추정이지만 우리 코앞까지 돼지열병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의 임진강 주변 역학 조사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국방부 협조하에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포천, 연천, 파주, 김포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6곳), 임진강(11곳), 한강하구(3곳) 등 모두 20개 지점에서 하천물을 채취했다.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정원화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30일부터 강화지역 3곳을 포함하는 2차 수질 조사를 하고, 집중 호우 등으로 인해 하천 수량이 급격히 불어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사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