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발언 순화 요구 무시
영국 대법원의 '의회 정회 위법' 결정 이후인 25일(현지시간) 하원에 처음 출석한 자리에서 사임을 요구하는 제1 야당 노동당 의원들과 격한 공방을 벌이면서다.
그는 의원들로부터 순화된 말을 써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고, 반(反) 브렉시트 운동중 극우인사의 총격에 사망한 전직 의원을 조롱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영국 하원에서 손으로 제스처하며 연설하는 존슨 총리 |
일간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자신의 사임을 요구하면서도 조기 총선은 반대하는 노동당 의원들에 대해 "정치적 겁쟁이"라고 공격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브렉시트를 추진하도록 의회는 비켜서 있어 달라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노동당 폴라 세리프 의원 등은 존슨 총리에게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저지 입버을 '항복 법'이라고 부르거나 브렉시트와 관련해 '배반자', '배반' 등의 용어를 쓰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총리의 과격 발언이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존 버커우 하원 의장에게 각 정당 지도자들이 막말이나 위협적 언사를 금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버커우 의장도 "우리들 각자는 말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유창한 말과 유머를 쓰더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존경을 드러내는 말을 써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존슨 총리를 비판했다.
'의회 정회' 불법 판결 이후 처음 영국 하원에 출석한 존슨 총리 |
하지만 존슨 총리는 아랏곳하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는 주장에 대해 "내 일생 그런 사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공격했다….
존슨의 막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1주일 앞두고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다가 극우 인사의 총격에 사망한 조 콕스 전 의원의 뒤를 이어 당선된 노동당 트레이시 브레이빈 의원과의 공방에서 정점을 찍었다.
브레이빈 의원은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을 겨냥해 '항복자', '배신' 등 용어를 쓰는 것을 거듭 비판하면서, 의원들이 직무 수행중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온화한 말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를 제지하기 위해 만든 법을) 굴복법으로 부르든 항복자법으로 부르든 미안하게도 그것은 정부의 협상 권한을 매우 약화한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피살된 콕스 전 의원의 자리를 이어받은 브레이빈 의원에게 "조 콕스 의원의 유지를 존중하고 이 나라를 통합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함께 이 나라가 브렉시트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 아전인수식으로 콕스 전 의원을 거론했다.
자유민주당 조 스윈슨 대표는 이런 존슨 총리의 발언을 "망신스럽다"고 비판했고,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총리를 보고 있으면 역겹다"고 했다.
존슨 총리의 발언은 보수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하원 보수당 대표인 제이콥 리스 모그 의원은 "의원들이 아주 불쾌하고 심란한 말을 들었다"면서 "우리 모두 하원 안에서든 밖에서든 말할 때 우리의 말을 순화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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