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돼지열병 확진 6곳…앞으로 열흘이 확산 '분수령'

16일 최초 발생 후 6곳 확진…추가 의심신고도

최대 잠복기 19일 이후가 초기 대응 평가 가를 듯

5만여마리 살처분 진행…중점관리지역 방역 강화

다섯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돼지농장 입구에서 25일 방역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지 열흘이 지났다. 가장 유력한 유입경로로 추정되는 북한과의 접경지역 뿐 아니라 한강 이남이나 인천에서도 속속 추가 확진이나 의심신고가 들어오면서 ASF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최초 발생 후 잠복기가 열흘 가량 남은 만큼 이 기간이 확산 차단의 분수령으로 보고 방역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 감염경로 미궁…차량 연결고리 주목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ASF가 발생한 농장은 경기도 파주시(2개), 연천군, 김포시, 인천 강화군(2개) 등 총 6곳이다. 이날 의심신고를 한 강화군 불은면 돼지농장이 여섯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화군 양도면 돼지농장은 음성으로 나타났으며 연천군 미산면 돼지농장도 의심신고를 한 상태다.

ASF가 대세적인 확산 단계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최초 발생 이후 ASF 바이러스가 외부로 전파돼 감염됐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초기 대응을 통해 지역별 이동을 차단하고 방역을 실시했기 때문에 잠복기(4~19일)인 약 3주간이 확산을 판단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ASF 발생(신고일 기준)이 16일이니 앞으로 열흘 정도가 남은 셈이다.

최초 발생시기나 장소를 알려면 감염원을 특정해야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ASF 발생 기간 동안 감염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과거에도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를 명확하게 확인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면서도 “역학조사는 가능성을 가지고 대책을 세우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차량 역학관계가 드러난 1~4차 발생농장의 연결고리를 푸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발생일 이전 21일인 역학조사 기간 동안 1차 농장에 출입한 축산 관련 운반 차량은 2차 농장을 출입했다. 2차 농장과 3차 농장을 각각 출입한 돼지 운반 차량은 같은 축산시설을 이용했다. 또 4차 농장에 출입한 축산 관련 운반차량이 1차 농장을 출입했다. 나머지 5차 발생농장이나 의심신고 농장의 차량 이동 등 역학관계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다.

야생멧돼지나 농장 관계자들에 의한 전파 등 기존에 알려진 감염 경로 외에도 하천을 통합 유입이나 가축 분뇨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도 대비해고 역학조사와 차단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 “상황 판단해 일시이동중지 연장 검토”

정부는 앞으로도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적극 실시할 예정이다.

먼저 ASF 발생 농장 중심으로 반경 3km 내 돼지 5만여마리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다. 24일 오후 11시 기준 파주·연천·김포 등 12개 농장에서 2만172마리의 돼지를 살처분·매몰 완료했다. 남은 돼지는 19개 농장의 3만729마리다.

살처분 인력에 의한 ASF 전파를 막기 위해 소독을 철저히 실시하고 한 지역에 투입한 노동자가 다른 지역에서도 일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돼지 살처분 수요가 늘어 일부 지역에서 매몰에 사용하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등 장비나 인력 수급 부족에 대해서도 대처할 계획이다.

전국에 발령한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은 26일 오후 12시에 해제되지만 중점관리지역을 경기·인천·강원 전체로 확대한 만큼 이곳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시이동중지명령의 기간 연장 등에 대해서는 확산 상황 등을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추가발생한 방역대(반경 10km)와 역학농가 278개에 대해서는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파주·연천·김포 방역대내와 차량·도축장 역학 농가 897호는 전화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 양돈농가과 축산 관련시설 등을 대상으로 소독조치 이행 일제점검도 진행하고 있다.

박 실장은 “축산농가·관계자는 ASF 발생과 전파 방지를 위해 농장·관련시설에 대한 소독 등 방역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의심증상이 없는지 면밀히 관찰해 이상이 있는 경우 가축방역기관 등에 신속히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농장간 거리. 농림축산식품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