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조국 파면·文사과' 요구
여야 단식 만류에도 "조국 사퇴만이 방법"
"조국 옹호는 최순실 옹호나 마찬가지"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11일째 단식하고 있다. (사진=김겨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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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이데일리 김겨레 기자]25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만난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이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열흘 넘게 단식 중이다. 이 의원은 “힘이 남아 있다”며 “조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단식을 멈출 생각이 없다”고 했다.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서야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그는 물과 소금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지 11일째다. 그 사이 이 의원의 생일도 지났다. 식사 약속과 행사 등을 모두 취소했기 때문에 주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통상 단식이 며칠만 계속돼도 단백뇨와 어지러움,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주일 이상 단식하면 식사를 시작하더라도 기억력 감퇴와 칼륨 부족으로 인한 치아 손실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이 의원이 평소 운동을 즐겨 체력이 좋아 그나마 버티고 있다는 게 보좌진들의 설명이다. 전날에는 의사가 방문해 이 의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이 의원은 “아직 괜찮다”며 “기한을 정해놓고 단식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이 의원의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만류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도 건강을 염려하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농성장에 찾아왔으나 이학재 의원은 “단식을 막는 방법은 조국 사퇴 뿐”이라며 중단을 거절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한국당은 올해 국정감사를 조국 국감으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 의원은 “국감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쪽에서 조국 관련 증인도 못 부르게 막고 있는데 뭘 밝혀낼 수 있겠느냐”며 “맹탕 국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조 장관 파면과 대통령의 사과를 받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조국을 비호하는 세력 전체와 싸운다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때엔 적어도 최순실을 옹호하는 세력은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조국 (장관 임명이)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진영 논리에 의해 그를 비호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공지영 작가가 연일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것을 두고 “단식으로 힘들다가도 이 사람들 발언을 보니 머리가 맑아졌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조국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며 “조국은 공직자이기 때문에 절대 비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장관을 파면하지 못하면 제 2의 조국, 제 3의 조국이 나타날 것”이라며 “국민이 괜찮아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아예 자포자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켰지 않나”라며 “이게 나라냐. 정말 비정상”이라고 개탄했다.
일각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삭발·단식 투쟁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는데 대해선 단식투쟁을 폄훼하는 시도라고 봤다. 이 의원은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는 것을 바라는 건가”라며 “민주당이 투쟁을 깎아 내릴수록 비판을 세게 할수록 뼈아프게 느낀다는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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