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11차 SMA 협의… 핵심 쟁점은 / 전략자산 전개·훈련비 등 포함 가능성 / “상위법 SOFA에 어긋나는 입법” 지적 / 임시로 정한 1년 적용기간도 협의해야 / 文 “무기 더 구매” 분담금 낮추기 주력 / 美 조야 일부 “대폭 인상 과도한 요구”
한·미가 24일 서울에서 2020년 이후부터 적용할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첫 협의를 개시했다. 한·미가 지난 3월 제10차 SMA에 서명한 지 약 6개월여 만이다. 동맹국들과의 새 방위비 분담 원칙을 정한 미국의 ‘글로벌 리뷰’가 끝난 뒤 진행되는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부자 나라’라며 ‘더 많은 기여’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4대 쟁점: 총액, 적용 기간, 증가율, 항목 신설
11차 협상은 사실상 10차 협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9차 협상과 10차 협상 사이에는 5년의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간 변한 여러 사정에 따라 제도·기술적인 부분을 손봐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는 손댈 게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몇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총액, 분담 항목 신설 여부, 적용 기간, 연간 증가율이 주요 쟁점이다. 총액 인상, 항목 신설은 모두 지난번 협상에서도 미국의 요구가 컸지만 우리가 저항해 수차례 줄다리기 끝에 다음 협상으로 넘긴 것들이다. 협상을 곧 다시 하기 위해 5년에서 1년으로 임시로 정한 적용 기간도 새로 협의해야 한다.
제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첫 협의가 열린 24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평택=뉴스1 |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에 올해 분담금 약 1조389억원(전년도 대비 8.2% 인상)의 5배 이상, 약 6배에 가까운 50억달러(약 5조9130억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 측 인건비를 포함해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더해도 50억달러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미측이 우리에 요구하는 금액이 50억달러 수준이라면 기존 항목 외 전략자산 전개·연합훈련 비용, 주한미군 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 SMA가 한국 부담으로 정한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를 넘어서는 범위다.
따라서 SMA와 이의 상위법 격인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의 관계 여부는 이번 협상 내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소파 5조는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한·미는 1991년부터 ‘특별협정’으로 SMA를 맺고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비용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SMA는 원칙적으로 소파의 기본 구조에 어긋나는 입법”이라며 “여기에다 (한국 부담) 항목을 더 늘리는 것은 소파와의 불일치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무기구매’ 협상카드로… 美 조야 일부 “과도한 요구”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무기 구매가 늘었다고 설명하고 “합리적 방위비 협상”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08∼2017년 한국은 67억3100만달러(7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 무기를 구매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천문학적 금액의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가 7조4000억원에 달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구매는 올해 10여대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이 이뤄진다.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 도입될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4대는 사업비가 8800억원에 이른다. 1조9000억원 규모의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도 지난해 P-8A 6대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사업 규모만 합쳐도 10조원이 넘는다. 1조원 규모의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등 향후 구매 절차가 진행될 사업에도 미국 무기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조야에서도 미국의 총액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존 햄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이날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동맹의 지속가능한 전략모색’ 강연에서 “미국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해를 방어하고 미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브라이언 샤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도 23일(현지시간) 한국에 5배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가 무엇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날 첫 회의에는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 제임스 디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각각 한·미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장 대표는 11월 뉴욕 총영사로 부임할 예정이어서 이번 협상에만 참여하고 다음부터는 새 대표가 진행할 예정이다. 새 대표가 선임되지 않은 채 전임 대표가 첫 협상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새 수석대표로 기획재정부 출신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홍주형·박수찬·조병욱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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