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서 '고기있는 집 없다' 불평 나올 정도"
북한 전역에 바이러스 확산된 것으로 추정
"정부, 방역 인력·물품 등 北에 제공하고 협력을"
20일 충남 홍성 홍주종합경기장의 거점소독시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한 차량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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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북한의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국정원 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ASF는 사실상 북한 전역에 퍼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남북 접경지대를 통한 ASF 전염 위험성이 높은 상황으로, 남북방역협력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가정보원은 "ASF로 인해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면서 이같이 보고했다.
북한은 지난 5월 30일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협동농장에서 ASF가 발병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했으나, 북한의 피해 상황은 개략적으로나마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ASF 관련 보도를 5월 31일, 6월 5일, 12일, 8월 2일에 내놨지만, 피해상황에 대한 설명없이 방역 활동과 주의사항을 당부하는 수준에 그쳤다. 북한 당국은 5월 OIE 보고 이후 추가적인 발병보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방역체계의 취약성과 소규모 사육이 활성화된 사정을 고려하면, ASF가 북한 내 지역에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이러한 전망은 국정원은 이날 보고로 현실이 됐다. 국정원은 "지난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ASF 발병을 신고했고, 그 이후에 방역이 잘 안 된 것 같다"며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발병한 ASF가 북한과 접경지대인 파주와 연천, 김포에서 잇따라 발병했다는 점에서, 남북 공동방역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각 단계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가 내려진 지난 18일 광주 광산구 삼도동에 마련된 거점소독시설에서 방역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도심과 농촌이 공존하는 광산구에는 7개 양돈 농가가 분포해 있다. <사진 제공=광주광역시 광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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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호홍 신안보연구실장과 오일석 부연구위원은 23일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남북협력' 보고서를 통해 "ASF로 폐사한 북한 멧돼지 사체가 9월초 태풍과 호우에 의하여 유입되어 멧돼지 사체에 잠복하고 있던 ASF 바이러스가 도로나 하천을 지나던 사람이나 차량을 통해 농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확한 유입경로 확인차원에서 ASF 발생 지역의 멧돼지 사체를 수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더구나 북한 멧돼지 사체에 의해 우리나라 멧돼지들이 감염될 경우 멧돼지를 통해 ASF 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통제력이 상실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ASF 남북방역협력을 위해 인력과 물품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했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는 우선 ASF 발병과 관련한 정보를 (북한과) 교환하고 방역에 필요한 물품의 제공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살처분에 필요한 석회는 물론 살처분 가스와 해당 장비 등의 공급을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ASF 진단과 검사 및 검증을 위한 장비와 시설 및 인력의 제공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멧돼지 이동이나 관리를 위한 공동조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의 반응이 없어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국정원은 "정보를 수집하고 공동방역을 하는 차원에서 투트랙으로 협조가 이뤄지기를 희망하지만 북한의 미온적 대응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5월 북한에서 ASF가 발병했을 당시에도 이미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방역 협력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최근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8일에도 동일한 취지의 통지문을 보냈으나 24일 오전까지 응답이 없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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