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직장인 김예진(27·여)씨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발레리나의 모습에 눈길을 빼앗겼다. 스크린도어에 정지된 그림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순간 작품 속 발레리나의 역동적인 움직임 구현에 다시 한 번 놀랐다.
# 6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응암역 방면으로 가던 이연자(56·여)씨는 지하철 내부 모형 안의 작품과 첨단 기기들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이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이씨의 눈과 귀는 이미 큐레이터가 소개한 5G 스마트폰에 빼앗겼다.
5G를 접목한 작품을 감상하면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다. / 프리랜서 인성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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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탈바꿈한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세계 최초 5G 기반 문화 공간인 ‘U+5G 갤러리’가 문을 열면서 일어난 변화다. U+ 5G의 ‘일상을 바꿉니다’라는 슬로건처럼 공덕역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6호선 공덕역에 개관한 U+5G 갤러리는 지하철에 들어와 탑승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4개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U+5G 갤러리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즐길 수 있는 ‘플랫폼 갤러리’ ▶지하철 내부에서 감상하는 ‘열차 갤러리’ ▶이동하며 눈으로 즐기는 ‘환승 계단 갤러리’ ▶환승 거점에서 5G 콘텐트 체험이 가능한 ‘팝업 갤러리’로 구성됐다. 6호선 공덕역 응암 방면으로 들어가면 팝업 갤러리 등 U+ 5G의 대표적인 콘텐트를 접할 수 있다.
미술관을 옮겨놓은 듯 6호선 공덕역의 지하철 통로와 스크린도어에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무분별한 광고판들로 가득 채워진 일반 지하철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U+5G 갤러리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도 통로와 스크린도어로 이어지는 작품에 자연스레 눈길을 보내고 있다. 첨단 기술이나 문화 트렌드를 좇는 20~30대에게는 새로운 핫스폿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인 김씨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접하게 됐는데 미술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추천했다.
팝업 갤러리에선 AR·VR 콘텐트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프리랜서 인성욱 |
‘팝업 갤러리’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U+ 5G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로 만든 콘텐트를 체험하고 있다. 5G라는 신세계를 접한 이씨는 “AR로 미술작품을 보는 게 신기하다. 손으로 확대, 회전할 수 있는 등 5G 기술이 새롭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팝업 갤러리의 큐레이터 김행정씨는 “방문객 중 20~30대가 60% 정도고, 실제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U+ 5G 갤러리는 지하철에 전시된 문화예술 작품을 증강현실로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문화 공간이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플랫폼에는 신제현 작가가 무용수들과 협업한 다원예술 ‘리슨 투 더 댄스’(봉화산 방면)와, 구족화가 및 서울문화재단 소속 작가들의 회화 작품(응암 방면)을 전시했다. ‘이 자리에서 작품 속 이미지를 인식해 보세요’라는 표지판에 서서 LG유플러스의 5G 서비스 앱인 U+AR을 비추면 정지된 이미지가 생동감 있게 살아나 움직인다. 확대와 축소 360도 회전이 가능해 AR콘텐츠를 보면 지하철에 발레리나가 실제 있는 것처럼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5G 핸드폰이 아니더라도 구글 렌즈 앱을 내려 받아 비추면 응암 방면에서는 정지된 이미지가 동영상으로 오버랩 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 보여 몰입감을 높여준다. 봉화산 방면에서는 렌즈 앱이 이미지를 인식해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는 형태로 기술과 예술 작품이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핑크빛 발 표지판이 있지 않더라도 그림 같은 작품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AR 콘텐트를 손쉽게 볼 수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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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5G 더하니 일상이 갤러리로
이나미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과 교수 기고문
지하철 공덕역이 달라졌다는 소문에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소문의 근원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 ‘U+ 5G 갤러리’라는 알쏭달쏭한 제목 아래 안내된 설명에 따라 앱을 다운받은 후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목적물을 조준하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그리고는 각자의 파인더 안에서 일어날 마법을 경험하기 위해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지하철은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의 하나다. 전체 이용객 수가 천만 서울시민의 70%를 넘을 정도다. 매일매일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거쳐 가는 공간이 바로 지하철역인 셈이다.
시민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될 문화예술적 경험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의 서울문화예술철도 사업. 2018년 1월부터 1년8개월간의 무수한 논의 과정 끝에 ‘시민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는 콘텐트’ 차원에서 기업의 CSV(공유가치 창출) 활동과 접목,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감행한 결과가 바로 지하철 6호선 공덕역을 배경으로 펼쳐낸 LG유플러스의 ‘U+5G 갤러리’ 프로젝트다.
CSV란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본래 목적이자 역할인 사업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사회·문화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를 시민 입장에서 보면 마케팅 목적의 광고홍보 활동 대상으로서 시달리는 일 없이 기업의 기여를 통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향유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문화예술철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역사 공간을 기업의 활동 무대로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자본과 기술은 물론 기획력까지 공공 영역으로 끌어오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 효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일상 속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통해 바쁘고 삭막한 도시민의 삶에 여유가 생기고, 이에 기여한 기업의 이미지가 높아지므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간다. 도시의 문화·환경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도시의 경쟁력이 높아지니 시민·기업·도시에 모두 유용한 가치를 창출하는 CSV는 한마디로 말해 일석삼조의 ‘윈-윈’ 전략이다.
CSV를 거점으로 사회적 이슈와 연계한 마케팅 전략인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1984년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사가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와 연계한 것이 코즈 마케팅의 시초이자 대표적인 사례다.
무수한 성공 사례 중 5G 기술을 활용해 지하철 역사 공간을 증강현실(AR)로 예술작품을 경험하는 미술관으로 전환시킨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5G 기술이라는 점 외에도 그것을 알리기 위한 장소가 기업의 홍보관이 아닌 지하철 역사 공간이라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그 방식이 문화예술 표현 기회를 공평하게 얻지 못하는 예술가와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로부터 소외된 많은 시민을 위해 마련된 배경도 주목을 끈다. 무엇보다 정체된 예술작품을 바라만보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통해 시민이 주체가 돼 예술작품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U+5G 갤러리는 세계 최초의 5G 기반 문화예술 공간이다. 회화, 사진과 같은 전통적인 전시 예술과 발레, 현대 무용 같은 공연 예술에 U+5G 기술을 더해 전시, 공연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공덕역에서 바뀐 일상을 만나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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