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文·트럼프 한미 정상회담
강경화 "美 열린 자세로 협상" 언급
일괄 타결식 해법 변화 가능성
미 보수에서도 남북 경협 허용 등 유화적 제안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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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과 대북 제재 해제 등에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ㆍ미 대화 재개를 앞두고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방법론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향후 북ㆍ미 회담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를 주요 협상 의제로 내건 만큼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북ㆍ미 대화와 관련해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안전 보장 문제나 제재 해제 문제 등 모든 것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한 것은 일괄타결식 해법에 주력하던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강 장관은 또 "안전 보장에 대한 북한의 구상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그것이 어떤 함의가 있는지에 대해 (한미가) 공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과의 협상을 책임지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이달 초 미시간대 공개 강연에서 "미국과 북한이 대결로부터 불가역적 결별을 했다는 것을 선언할 중대 조치에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조치는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미 간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20일 워싱턴DC에서 비건 대표를 만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신호를 계속 보내오는 북한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북핵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주장하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 상황을 심하게 지연시켰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비핵화 접근 방식에서 '동시ㆍ단계적' 해법을 수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회담 결과는 끝나봐야 알 수 있지만, 북ㆍ미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도 강경한 대북 협상보다는 유화적 접근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미 안보 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NI)는 이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남북 협력을 가로막는 제재를 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더그 밴도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먼저 남북 협력을 방해하는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ㆍ미 간 평화선언 또는 조약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다만 한국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밴도 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할 것을 공식 선언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인의 북한 방문 금지 조치를 풀어 양국 간 접촉을 늘리고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협상 조건을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치켜세운 바 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지난 15일 방송된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성과를 평가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제 공평해지자. 내가 10여년 전에 다루던 외교 정책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그것들을 다룬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스 전 장관은 대표적인 정책 사례로 북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누구도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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