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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여행+] 고흐가 사랑한 마을 나도 사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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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에 가면 실제 모델이 된 카페 앞에 이렇게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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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프로방스를 여행하며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들을 원화로 감상하고 눈부신 프로방스의 풍경 속을 걸으면서 이 정도면 행복한 인생이지 않나 싶었다. 누가 프로방스가 어떤 곳이냐 묻는다면 '삶이 행복하다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해주리라.

◆ 아를, 고흐 마지막 1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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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Arles)의 다른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아닐까. 인구 5만5000명의 작은 도시에 고흐가 남긴 흔적이 셀 수 없이 많다. 고흐가 아를에 머문 시간은 생의 마지막 1년여에 불과하지만 거의 200점의 그림을 그렸다.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노란집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이 시기에 그려졌다는 사실도 의미가 크다. 고흐는 왜 아를에 왔을까. 남프랑스 어딜 가더라도 아름다울 거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던 중 폭설을 만나게 됐고, 기차가 더 움직일 수 없어 내린 곳이 아를이었다고. 운명처럼 아를의 자연과 빛에 매료된 고흐는 매일같이 아를 구석구석을 산책하며 눈앞의 모든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시절 고흐가 그랬듯 아를을 산책해 봤다. 걷다 보면 고흐의 그림이 프린트된 표지판을 흔하게 마주친다. 바로 그곳에서 그린 그림이란 뜻이다. 작은 공원도, 1세기에 로마인들이 세워놓은 원형 경기장도, 노란 테라스가 있는 카페도, 고흐가 귀를 자른 뒤 치료를 받았던 병원의 정원도 그림 속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먼 한국 땅에서 고흐의 그림을 (온라인으로) 보았을 땐 그저 멋있는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림 속 장소에 가 본 뒤에는 그림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빈센트반고흐재단은 고흐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미술관이다.

한국에선 접하기 어려운, 어쩌면 영영 접할 기회가 없을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니 아를에 갔다면 꼭 방문해봐야 한다. 고흐와 공통점이 있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특별전시도 개최하는데, 기자가 방문했을 땐 조지아의 유명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조지아 지폐에 얼굴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조지아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만 생전엔 고흐처럼 가난한 무명 화가였다고. 처음 보았지만 금세 마음을 빼앗길 정도로 강렬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며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

◆ 아비뇽, 꼭 해야 할 것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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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Avignon) 성벽 안으로 걸음을 옮긴 순간 시간여행을 떠난 듯했다. 11세기에 교황이 건설한 성벽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튼튼하고 늠름하게 도시를 감싸고 있다. 성벽 안의 수많은 건물과 작은 광장들도 중세시대에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 그대로다. 참 소중하고 예쁘다.

현지인 가이드가 추천한 아비뇽에서 꼭 해야 하는 것 3가지. 첫 번째는 아비뇽 다리(Pont d'Avignon, '생 베네제 다리'라고도 불림)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이다. 웬 노래랑 춤?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정말 이건 해봐야 안다. 한국으로 치면 '떴다 떴다 비행기'로 시작하는 노래만큼이나 프랑스 전 국민이 아는 '아비뇽 다리 위에서'라는 동요가 있다. 네이버나 유튜브에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고, 한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다. 그 노래를 아비뇽 다리 위에서 부르면서 강강술래하듯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것이 이 동네의 전통(?)이다.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재밌다.

1180년대에 건설된 아비뇽 다리는 원래 론강 줄기 2개를 가로지르는 920m의 긴 다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간에서 뚝 끊어져 일부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왜일까? 과거엔 지금보다 론강의 물살이 거셌기 때문에 강물이 불어날 때마다 다리가 파손되었다고 한다. 파손될 때마다 재건하고 또 재건하면서 사용했는데 너무 자주 파손되는 탓에 공사에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했다고. 그러다가 1670년대, 다리가 또다시 끊어지자 더 이상의 재건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아비뇽교황청의 낮과 밤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무조건 밤!'이라고 외치고 싶다.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 사이에 아비뇽을 찾았다면 교황청 안뜰에서 펼쳐지는 쇼 '바이브레이션(Vibrations)'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기를 추천한다. 역사적인 교황청 건물 벽을 무대로 빛·소리의 쇼가 360도로 펼쳐진다.

세 번째는 아비뇽 구시가 구석구석 산책하기.

아비뇽엔 알고 보면 재밌는 중세시대 건물이 많다. 창문이 없는 벽에 가짜 창문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건물, 공중부양한 듯 1층은 없고 2층부터 있는 건물. 이유를 들어 보니 중세시대 아비뇽에는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건물 1층에 높은 세금을 매기던,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과세 제도가 있었다고. 이걸 알고 가면 아비뇽 산책이 몇 배는 재밌어진다.

▶ 프로방스 아트여행 100% 즐기는 팁

프로방스 여행의 관문 도시는 마르세유(Marseille)다. 에어프랑스의 인천~파리 직항과 파리~마르세유 연결편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갈 수 있다. 마르세유부터는 렌터카 여행을 추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선정된 루시용(Roussillon), 계곡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 속 마을 퐁텐드보클뤼즈(Fontaine-de-Vaucluse), 프로방스에서 가장 높은 산 몽방투(Mount Ventoux) 옆 그림 같은 마을 브랑트(Brantes)까지 구석구석 여행해 보길 추천한다.

※ 취재 협조 = 프랑스관광청·에어프랑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프랑스) =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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