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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B형 집착에…‘화성 사건’ 용의자 살던 마을 수사하고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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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국 보고서’ 입수

‘9차 사건’ 인근 주민들 탐문, 한번도 용의선상에 안 올라

‘혈액형’ 달라서 제외된 듯

경향신문

경기도경찰국(현 경기남부경찰청)이 9차 화성 연쇄살인사건 발생 후 28일째 되던 1990년 12월13일 작성한 수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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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할 당시 용의자 이모씨(56·부산교도소 수감 중)가 사는 마을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씨는 단 한번도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경찰이 용의자 범위를 ‘B형’ 혈액형으로 압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경기도경찰국(현 경기남부경찰청) 살인사건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를 포함한 인근 4개 부락에 대해 대대적인 탐문조사를 벌였다. A4용지 4장 분량의 이 보고서(문서번호 강력 23120)는 9차 사건(1990년 11월15일)이 발생한 지 29일째인 1990년 12월13일 작성됐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의 범위를 B형 혈액형으로 압축해 수사를 벌였다. 실제 이 보고서에는 ‘안모씨(당시 30세)가 부녀자를 추행한다는 첩보로 수사를 했으나 A형으로 특이점 발견치 못했다’ ‘용의점이 있는 78세대 104명의 혈액형을 발췌해 지문 대조 및 주변 수사를 벌였다’는 수사 진행 상황이 적혀 있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던 진안리 일대는 이씨가 태어나 1993년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계속 살았던 곳이다. 화성사건이 1986∼1991년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이씨가 23~28세에 범행을 저지른 뒤 30세에 청주로 이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경찰이 B형 혈액형으로 좁히고 수사하는 동안 혈액형이 O형인 이씨는 용의선상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경찰 수사가 혈액형에 무게를 둔 것은 2차(1986년 10월20일)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와 모발에서 B형 혈액형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후 9차 사건에서 피해자 김모양(당시 13세)을 결박했던 스타킹과 목에 감겼던 블라우스 등 유류품 3곳에서 검출된 체액에 대한 감정 결과 혈액형이 모두 B형으로 확인되자 B형 혈액형으로 좁혀 수사를 벌였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수사하다가 B형이 아니면 털어버린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18~20일 사흘 연속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를 방문해 벌인 대면 조사에서 나온 진술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이씨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함에 따라 결정적 자백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 가다듬기로 분석된다.

경찰은 기존 사건 기록을 훑어보면서 이씨를 압박할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1·2·3·6차 사건에 대해서도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또 마지막 10차 사건 후 이씨가 처제(당시 20세)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검거되기 전까지 2년9개월간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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