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매장 관행 비판에 전살·가스법 도입…일부 돼지 의식 있어 논란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파주에서 발생 |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국내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17일부터 시작된 돼지 살처분이 사흘째인 19일 오전 기준으로 5천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함에 따라 관련 4개 농장에서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총 5천177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연천에 있는 관련 4개 농장에서 1만482마리에 달하는 돼지가 남아 있어 살처분 마릿수는 이번 주까지 최소 1만5천마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살처분 때에는 구제역 등 다른 동물 전염병 때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로 질식시킨 뒤 매몰하거나, 동물 사체를 고온·고압 처리해 기름 등으로 분리한 뒤 사료나 비료 원료로 활용하는 렌더링 방식을 이용한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안락사 후 매몰하는 방법이 쓰이고 있다.
이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이나, 역사가 길지는 않다.
불과 8년 전인 2011년 구제역이 대량 발병했을 때만 해도 안락사에 필요한 약물이 동나 돼지를 생매장하는 안타까운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 2013년 개정 동물보호법을 통해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하게' 도살하는 방법이 금지됐고, 도살 과정에서도 공포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막았다.
현행 동물보호법 10조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이나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도 가스법이나 전살법(電殺法) 등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가스법, 약물 투여, 전살법, 타격법, 총격법, 자격법을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정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긴급행동 지침에 따라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시에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해 돼지를 안락사한다"며 "가축방역관이 의식이 없음을 확인한 뒤 매몰지로 이동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도살에 전기를 사용하는 전살법을 많이 썼는데, 동물보호 운동가의 이의 제기가 나왔다"며 "동물을 가장 편안하게 하면서도 다른 시설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이 바로 이산화탄소 가스법"이라고 부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러나 "살처분 방식은 정부가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정에 맞게 골라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과정에서 이런 정부 지침에 어긋난 사례도 일부 드러났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살처분 돼지 가운데 일부 개체는 의식이 돌아온 상태에서 매몰지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락사 후 매몰'이라는 규정에 어긋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파주에서 매몰지까지 거리가 다소 있어 포크레인 3대를 이용해 매몰지로 옮기는 도중 일부 의식이 돌아온 개체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어 "살처분 현장에서 가축방역관의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침을 보완하고, 매몰 관계자에게 사전 교육 강화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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