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달리 간이 키트 부재…수백㎞ 떨어진 김천 검역본부로 옮겨 진단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 장비(실시간 유전자 증폭기) |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병하면서 그 진단 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과 달리 간이 진단키트가 없어 혈액 샘플을 채취해 경북 김천에 있는 검역본부까지 가져가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단이 이뤄진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접경 지역인 경기도 파주·연천에서 발생했으니 확진을 위해 수백㎞를 오간 셈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을 위해서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기'(Real Time PCR Machine)라는 기기를 사용한다. 통상 5천만원∼1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외에도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각종 가축전염병을 진단할 수 있다.
우선, 돼지가 평소보다 사료를 적게 먹는다든가 외관상 이상이 발견되면 농장서 바로 신고를 한다. 의심축 신고가 들어오면 초동 방역팀이 투입돼 농가를 통제하고, 확진 이전에도 이동제한 조치를 내린다.
방역 당국은 의심 단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가능성에 대비해 살처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진단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를 채혈하고, 유전자만 추출해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전자 서열을 증폭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와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시약을 쓴다. 이 시약이 통상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전자 진단 키트'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가 증폭됐는지 확인해 확진 여부를 결정한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당연히 DNA를 추출하기 위한 유전자 추출기와 분석에 쓸 컴퓨터도 함께 필요하다.
앞서 올해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이 진단 기기 지원이 거론됐지만, 북측의 응답이 없어 실현되지는 않은 바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장으로 들어가는 역학조사팀 |
농식품부 관계자는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경북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까지 밤이든 새벽이든 최대한 신속하게 가서 검사하고 결과를 얻는다"며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험소도 기기를 갖춰 진단이 가능하지만, 사안이 심각한 만큼 검역본부 전문가가 직접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제역 역시 검역본부가 직접 진단하다가 각 지자체가 하기 시작한 지 약 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진단 노하우가 생겨 익숙해지면 미래에는 가까운 지자체 시험소에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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