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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8일 수출통제제도를 개편해 일본을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한 것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툭하 일본과 같이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지 않고 제도개편에 초점을 둔 것은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금지한 ‘상응조치’ 논란을 피하고, WTO 제소 등 일본과 예정된 국제분쟁해결 과정에서 일본 측 ‘반격 논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개정안은 즉시 발효됐다.
개정안은 전략물자 수출지역(최종도착지 기준)을 기존 ‘가’와 ‘나’에서 △‘가의 1’ △‘가의 2’ △‘나’ 3개 지역으로 세분화했다. ‘가’에 속했던 일본은 ‘가의 2’로 단독 분류했다. ‘가의2’ 지역은 기존 ‘가’ 지역을 대체하는 ‘가의1’ 지역과 비교하면 포괄수출허가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등 수출통제가 강화된다.
또 개별수출허가의 경우 신청서류가 3종에서 5종으로 늘고 심사기한도 5일 이내서 15일 이내로 확대했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 개별허가 심사시간을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의 핵심소재 3종 수출허가에 적용한 기준과 같은 90일 이내로 예상했는데, 이보다는 완화된 수준이다.
특히 비(非)전략물자라도 무기 제작·개발 전용 우려가 의심되면 ‘상황허가(캐치올·catch-all)’로 규제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28일 시행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다만 ‘예외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일본에 대한 포괄수출허가는 여전히 가능하다. 사용자포괄허가 조건을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수출하는 경우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고 수출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했는데 기존 거래처에 대해서는 사실상 지속적으로 포괄허가를 내주는 셈이다. 품목포괄허가도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 최고등급(AAA) 기업에게는 허용한다.
일각에서는 고시 개정으로 일본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정상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 피해가 없도록 세심히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대(對)일본 수출허가 전담심사자를 배정하고 맞춤형 상담에 나서는 등 수출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한 국내 기업은 100개 미만이다. 주요 수출품목은 네트워크 보안장비, 반도체 소재·장비, 석유화학제품 등이다.
경제·통상전문가들은 정부 조치에 대응한 일본의 핵심 소재·부품 추가 수출규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장기화시 산업계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 11일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로) 일본 정부가 개별수출허가 품목을 추가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과 산업통상 당국의 접근 방식은 달라야 한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일본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채널을 시급히 가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 기본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열린 자세로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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