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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5세대(5G)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를 달성하고 5G 스마트폰에서도 선전하고 있지만 산업 생태계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 산업 근간을 이루는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 핵심 부품 기술경쟁력이 선도업체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인수합병을 활용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대·중소기업 공동 기술개발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통신 강국 이미지 뒤에는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의 '통신강국'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재차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5%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도 올 1분기 5G 장비 부문에서는 36%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18 ICT 기술수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동통신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96.8%로 미국 100%, 중국 97.5%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유럽(96.4%), 일본(93.9%)을 모두 제쳤다. 미국과 기술 격차는 0.6년에 불과했다.
이처럼 이동통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5G를 세계 최초 상용화하는 등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능력 덕분이다. 새로운 이동통신 기준과 기술이 등장하면 이를 상용화하는 데 남다른 민첩함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장비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술독립'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통신강국이라는 평가는 많은 의문을 낳는다.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상당수를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우리나라 존재감은 결코 크다고 보기 어렵다.
2017년 4G 기준 국내 통신장비 점유율은 노키아 25%, 에릭슨 18%, 화웨이 12%로 외산이 55%에 달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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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기술은 부족
삼성전자가 5G 장비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는 있지만 네트워크 시장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우리나라는 기술 부족에 허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017년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네트워크 장비 외산점유율은 49.5%에 이른다. 2014년(47.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2017년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 규모는 1159억달러로 정보통신기술(ICT) 하드웨어 가운데 스마트폰, PC 다음을 차지했는데 우리나라는 생산액 3조3000억원으로 점유율이 2.6%에 불과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중국과 유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31%, 에릭슨 27%, 노키아 22%, ZTE 11%, 삼성전자 5%였다.
교환·전송장비에서는 화웨이가 24%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시스코, 시에나, 주니퍼 등 미국 기업이 강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놓고 볼 때 유럽 90.5%, 일본 90.5%, 중국 89.4%, 한국 85.9%로 비교 대상 가운데 현저한 차이로 꼴찌를 기록했다.
미국과 기술격차가 평균 1.5년이나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광 액세스망과 유무선 백홀, 프론트홀 분야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보유했지만 스위치, 라우터, 광 전송장비 등에서 기술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브로드컴 등 미국이나 일본 기업, 연구소가 특허를 쥐고 있는 스위치·라우터 부품, 광통신 부품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등 태부족…중국 추격도 부담
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 경쟁력이 부족한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우선 기술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2017년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 '매출 대비 R&D 지출' 비중을 보면 노키아 21%, 에릭슨 17.3%, 화웨이 14.9%를 기록했다. 퀄컴은 25%로 전체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없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는 대부분 연매출 1000억원 미만 소규모다.
네트워크 산업의 시장집중도가 매우 높아 한 번 시장을 장악한 소수 기업이 지배력을 놓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술력 격차를 좁히기도 어렵지만 상호호환성 등을 중시하는 네트워크 산업 특성상 한 번 사용한 네트워크 장비를 계속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특성 탓에 시장집중도를 보여주는 허핀달-허쉬만(HHI) 지수가 2000을 넘어서며 스마트폰이나 서버, PC보다 월등히 높았다.
내수시장이 작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네트워크 장비 내수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 1.9%에 불과해 미국 26%, 중국 14%와 비교가 안 된다.
중국이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가격은 낮추면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과 같은 전략을 국내에서는 펼 수가 없는 것이다.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세계 네트워크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2017년 R&D 투자액은 화웨이가 138억달러로 153억달러인 삼성전자와 큰 차이가 없다. R&D 인력 수에서도 화웨이는 8만명인 반면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5000여명으로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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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맞는 장기 비전 가져야
전문가들은 국내 네트워크 산업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SWOT) 요소를 잘 분석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통신 인프라·단말 강국이며 통신을 사업화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유했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점은 기회다.
반면에 내수시장이 작고 투자액이 적어 네트워크 장비, 단말 핵심 부품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위협이 거세지고 5G 초기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위협요소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네트워크 장비 기술력을 빠른 적극적인 인수합병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을 인수한다면 단기간에 코어 장비나 부품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갈등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라가 많은 만큼 이 지역을 적극 공략해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5G 장비 점유율이 20%를 넘어서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견 기업 역시 해외 기업 인수가 필요하지만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만큼 글로벌 장비 업체와 공동 R&D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KMW가 노키아와 협력해 5G 다중입출력(MIMO) 장치를 개발하는 등 이미 이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통신사업자와 협력해 공공 기술개발을 하는 기업도 있지만 R&D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곳이 많고 무엇보다 판로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산화율이 30%를 밑도는 공공기관이 적극 국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다. 장기 투자가 어렵고 자금 여력도 부족한 기업을 대신해 정부가 중장기 기술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지속 투자해야 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국내 통신산업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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