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가용인력 총동원…양돈농가, 불안감 속 방역 온힘
"사료차 이동중지, 재고 걱정", "문자만 수십건 정신 없어"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
특히 8년 전인 2011년 재난 수준의 구제역 발생 당시 사육 중이던 대다수 돼지를 살처분한 악몽을 떠올리며 지자체와 양돈 농가 모두 발병 원인과 확산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천시는 이날 오전 8시30분 지역 양돈 농가와 사료·분뇨·출하차량 기사 등 양돈 관계자 1천600여명에게 '48시간 일시 이동중지 명령'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천시는 경기도 내 최대 양돈농가 밀집 지역으로 183개 농가에서 44만9천여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시는 엄태준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고 읍·면·동사무소 마을 방송을 통해 일제소독을 독려하고 있다.
95개 농가에서 18만4천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여주시도 축산차량 이동이 잦았던 가남읍 태평리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고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안성시는 축협과 함께 차량 16대를 동원해 농가를 전체적으로 소독하고, 농장 출입 차량과 출입자 등에 대해 차단 방역을 하고 있다.
또 전체 179개 농가에 담당관을 지정해 이상 유무를 살피고 있으며 유사시 살처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시설관리공단 직원 등 100여명을 예비인력으로 확보했다.
시는 양돈 관계자들의 질병 발생국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부득이 방문 시엔 5일간 농장 출입을 금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용인시도 방역상황실 운영을 강화하고 24시간 신고접수 및 긴급 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가축전염병 의심신고와 관련, 가축방역관 도착 때까지 외부출입 자제 등 조치사항에 대해서도 농가에 재차 당부했다.
양돈 농가들도 갑작스러운 이동중지 명령에 전전긍긍하면서도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천과 여주에서 9천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K축산 박모 대표는 "일시 이동중지 문자메시지에 힘이 쭉 빠지고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라며 "2011년 구제역으로 7천500마리를 모두 매몰한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고 불안해했다.
박 대표는 "소독약 살포를 비롯해 외부인과 음식물 사료 차단, 야생멧돼지 침입 방지 울타리 설치 등 방역에 최선을 다했는데 비슷한 조처를 한 파주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해 방역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동 중지로 원주의 농협 사료농장에서 우리 농장으로 오는 사료차량이 문막휴게소에서 발이 묶였다"며 "하루에 10t짜리 트럭 2대가 이천과 여주 농장에 사료를 공급하는데 이틀 동안 재고 사료를 나눠 먹이게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성의 한 양돈농장주는 "북한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국내엔 안 오겠지 했는데 결국 왔다"며 "오늘 아침 발생 소식부터 행동지침까지 수십건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돼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오늘도 안성에서는 양돈 농가들 모임이 예정돼 있었는데 취소했고, 농가 간에 농장 출입은커녕 만남도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h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