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앞 파주에서 국내 첫 발병
9.19 선언서도 보건의료 협력 약속
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17일 경기 파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 주변에서 방역차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파주=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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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지만 북한과의 방역 협력은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1일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ASF 등 관련 방역 협력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17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5월 31일 정부의 방역 협력 제안 이후 현재까지 북측의 응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파주 ASF와 관련해 북측에 재차 방역 협력을 제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ASF의 발병 원인과 경로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ASF가 발병했다는 사실을 북측에 통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당국자는 말했다.
ASF는 국경을 넘나드는 야생돼지를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남북간 협력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주의 ASF 발생 농가는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자유로를 따라 5㎞가량 떨어진 한강, 공릉천 합류 지점 인근으로 북한과는 불과 10㎞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오두산통일전망대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북한 지역이다. 최근 태풍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는 등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야생멧돼지가 떠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5월 30일 북한은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협동농장에서 ASF가 발병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중국 접경 지역인 북상협동농장에서 열병이 신고된 뒤 이틀 후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 농장의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북한 당국은 OIE에 "이동 제한, 봉쇄·보호 지역 예찰, 사체·부산물·폐기물 처리, 살처분, 소독 등의 방역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6월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전국 단위의 방역이 진행 중임을 알리며 ASF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써 왔다. 노동신문의 ASF 관련 보도는 5월 31일, 6월 5일, 12일, 8월 2일에 있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지난 5월 보고 이후로 추가적인 발병보고는 없었다. 그러나 북한의 방역체계의 취약성과 소규모 사육이 활성화된 사정을 고려하면 ASF가 북한 내 지역에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그해 11월 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이 열렸고, 12월 12일에는 인플루엔자 정보를 시범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남북간 방역 협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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