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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은 마부작침의 기사들을 하나로 모은, 길고 긴 종합기사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심한 장문의 기사지만 링크 건너가지 않고 한 번에 읽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기사를 끝마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이제 우리 나이 19세의 꽃다운 소년으로 긴 터널과도 같은 고3 수험생활을 마치고 새로 합격한 대학교에서 보낼 대학생활을 기대하는 한편...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자신의 젊은 날을 채우기도 전에 고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렸다..."
지난 5월 24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선고한, 도주치사와 음주운전 사건 1심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고 차태현 군. 차 군은 석 달 전인 2월 22일 새벽 2시쯤 대전의 집 근처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열흘 뒤면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가해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뺑소니치다 체포됐는데 혈중 알코올 농도 0.137%,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4년 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에 처해진 전력이 있었다. 1심 법원은 징역 6년을 선고했고 검찰과 피고 모두 항소해 2심은 진행 중이다.
고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그 결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제1 윤창호 법', 음주운전 기준을 더 낮게 조정한 '제2 윤창호 법'이 마련돼 잇따라 시행됐다. 법 정비를 마쳤으니 이제 음주운전은 근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 전반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음주운전 사고 자체에 대한 자료와, 최근 5년간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단속 자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내용을 살펴봤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중 상당수는 사실상 '음주 살인'과 다름없다고 보고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번 기사가 앞으로 음주운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 음주운전이 부른 참극... 2007~2018 사망자 8,355명
고 윤창호 씨가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건 2018년 9월 25일이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윤 씨는 40여 일 만에 숨졌다. 윤 씨 사망을 계기로 음주운전자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고 이른바 '윤창호 법'이 통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윤창호' 이름 석 자는 음주운전이 부른 참극의 대표적인 피해자이자, 음주운전 실태를 개선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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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은 윤창호 씨, 그리고 지난 2월 숨진 차태현 군과 같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를 추려봤다. 도로교통공단이 음주운전 사고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정보를 따로 분류해 통계를 작성한 건 2007년부터다. 그래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을 살폈다. 이 기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전체 사고 수는 30만 3,389건, 이 중에서 사망사고는 7,769건이다. 비율로 보면 2.6%다. 사망자 수는 8,355명이다.
● 또 다른 '윤창호들'...'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음주사고 사망자 중에는 음주운전을 직접 했던 가해운전자와 피해자(운전자, 보행자, 동승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가해운전자의 음주운전 사고 이후 상태에 따라 다시 분류했다. 그 상태는 사망, 부상(중상, 경상), 상해 없음, 기타 불명으로 나뉜다. 가해자는 사망하지 않고 피해자만 사망한 사고, 다시 말해 가해자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해자만 숨진 사고에 대해 우리는 사실상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음주 살인'이라고 명명했다. 반면 가해자는 사망하고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은 음주사고는 '음주 자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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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망사고 중 피해자만 숨진 '음주 살인'은 지난 12년 간 전체 사고의 47.2%인 3,669건이다. 피해자는 고 윤창호 씨를 비롯해 3,899명이다.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만 숨진 '음주 자살'은 전체 사고의 52.8%인 4,100건, 숨진 가해자는 4,456명이다.
실제 살인 사건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살인미수를 제외하면 12년 합계 살인(기수) 사건은 4,605건으로 음주 사망사고 7,769건에 비해서는 3천 건 정도 적다. 그러나 2018년만 놓고 보면 살인 322건, 음주 사망사고 323건으로 별 차이 없다.
'윤창호 법'을 이끌어낸 주역인 고 윤창호 씨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기사 첫머리에 언급한 고 차태현 군의 이모부는 "음주운전은 기본적으로 살인"이라며 "피해자와 가족, 주위 사람들에게 극복할 수 없는 아주 큰 상처가 된다"라고 비판했다.
● '윤창호 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얼마나 줄었나
고 윤창호 씨의 이름을 딴 '윤창호 법'은 두 가지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제1 윤창호 법'의 원래 이름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으로 음주운전 사고의 형량을 높이는 내용이다. 사망사고의 경우엔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상해사고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년~15년 징역 또는 1000만 원~3000만 원 벌금'으로 강화했다. '제2 윤창호 법'은 지난 6월 25일부터 시행했으며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음주운전 면허정지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했다.
경찰청은 '제1 윤창호 법'과 '제2 윤창호 법' 시행 이후인 지난 3월과 6월, 8월에 각각 "교통사고 사망자가 이전보다 줄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대체로 음주사고가 감소 추세인 건 사실이다. 다만 조금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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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은 12,791건, 12월엔 2천 건 정도 줄어서 10,697건이었다.(잠정치) '윤창호 법'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제1 윤창호 법'은 2018년 12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전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껏 고조되던 시기였다. 경찰 단속이 강화됐는데도 적발 건수는 계속 줄어들었다. 12월, 2019년 1월, 2월까지 감소세였다.
음주운전 사고도 줄어들었다. 2월엔 1천 건 미만으로까지 내려갔다.
주목해서 봐야 할 건 2019년 3월부터다. 음주운전 적발도, 음주사고도 다시 늘어났다. 5월에는 작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6월 25일부터 '제2 윤창호 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전후해 경찰 단속도 다시 강화됐고 언론과 사회의 관심이 재차 집중됐다. 5월에 정점을 찍었던 음주운전 적발과 사고 건수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 추세대로면 곧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3회 이상 적발' 비중,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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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백서(2018)에 따르면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3회 이상 적발은 2015년까지는 오히려 증가했다. 2016년부터는 감소했으나 전체 음주운전 적발에서 3회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3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발간된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에서 명묘희 교통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체 음주운전 단속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3회 이상 반복적인 음주운전 행위의 비중은 결코 줄어들고 있지 않은 심각한 실정"이라며 "상습 음주운전자를 위한 관리방안의 강구가 절실히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 5년 간 음주운전, 108만 건 적발됐다
지난 8월 23일 경찰청은 "난폭, 보복, 음주 운전은 중대한 범죄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9월 9일부터 100일간 이들 고위험 운전에 대해 집중 단속하겠다는 내용이다. 잠정치이긴 하나 올 들어서도 7월까지 전국 경찰서에서 적발한 음주운전만 70,522건에 이르는 만큼 지속적인 단속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의 단속 기준은 전국 어디나 동일하지만, 음주운전 적발은 그렇지 않다. 전국 255개 경찰서의 음주운전 단속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마부작침>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한국 언론매체 중 처음으로 입수해 상세히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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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14~2018년 전국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모두 더하면 108만 9,317건이다. 연평균 20만 건 넘게 적발한 셈인데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 2014년엔 25만 1,675건에 이르렀으나 2018년엔 16만 3,012건으로 4년 만에 9만 건이나 감소했다. 그만큼 음주운전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음주운전 사고는 2014년 2만 4,043건에서 2015년 2만 4,399건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18년엔 1만 9,381건을 기록했다. 5년 간 사고를 모두 합하면 10만 7,109건이다. 사망사고 또한 비슷한 추세를 보여 2014년 557건에서 2018년 323건으로 줄었다. 사망사고의 5년 합계는 2,308건, 사망자는 2,441명이다.
● '음주운전 적발' 1위 경찰서는 어디?
전국 255개 경찰서별로 5년 간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따져봤다. 전체 108만 건을 경찰서 수로 나눠보면 1개 경찰서 당 평균 4,272건 적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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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지난 5년 간 가장 많이 적발했던 경찰서는 경기 평택경찰서였다. 17,597건. 한 달 평균 293건, 하루 평균으로는 9.6건씩 음주운전을 적발한 셈이다. 전국 경찰서 평균의 4배가 넘는 수치다. 2014년 10월은 평택경찰서가 지난 5년 중 최대 실적을 올린 달이다. 이달에만 평택서는 음주운전 573건을 적발했다. 반면 2018년 2월은 117건으로 5년 중 가장 적발 실적이 저조한 달이었다. 적발 건수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통상 25만 인구 이상을 관할하는 '1급지 경찰서'다.
의외인 건 서울 경찰서다. 10위 내에도, 20위 내에도 단 1곳의 서울 경찰서가 없다. '음주문화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 주로 관할하는 강남경찰서가 8,995건으로 23위, 서울 경찰서 중에선 가장 순위가 높았다.
● 음주사고 예방에 적극적이었던 경찰서는?
2014년~2018년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08만 건,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고는 10만 7,102건으로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10배 정도 된다. 만약 음주운전이 상당수 사고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본다면 100만 건의 음주운전 사고를 경찰 단속을 통해 방지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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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으로 봤을 때 전국 경찰서 중 음주운전 사고를 가장 적극 예방한 곳은 부산 동부경찰서다. 지난 5년 간 부산 동부경찰서는 음주운전 3,962건을 적발했다. 같은 기간 동부서 관할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15건, 적발 건수가 사고의 34.5배에 이른다. 음주운전이 100% 사고로 이어진다고 한다면 4,077건의 사고를 115건으로 줄인 셈이다.
부산 동부서 다음으로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많은 곳은 전북 진안경찰서였고 부산 영도, 중부, 서부경찰서가 뒤를 이었다. 1~10위 경찰서 중 2위와 6위인 전북 진안, 장성경찰서 외에는 모두 부산과 경남 경찰서였고 1급지 경찰서였다.(전북 2곳은 3급지)
반면 음주운전 사고 예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곳은 전북 부안경찰서다. 지난 5년 간 부안경찰서는 음주운전 778건을 적발했고 같은 기간 관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97건이었다. 적발 건수는 사고의 3.9배에 불과했다. 다음은 충남 청양경찰서, 경북 청도서, 충남 서천서, 전남 나주서 순이었다. 나주서만 2급지였고 나머지 4곳은 모두 3급지 경찰서였다. 1급지 경찰서에 비해 관할 인구도 적고 그만큼 경찰 인력도 적은 곳들이다.
● 서울 경찰서들, 음주운전 단속에 소홀한가 아닌가
이번에도 의외인 건 서울 경찰서들이다. 같은 1급지 경찰서이자, 제2의 도시인 부산 지역 경찰서들이 사고 대비 적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실적이 꽤 저조한 편이다. 서울 31개 경찰서는 모두 1급지인데 이 중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건 남대문경찰서, 13.3배다. 전체 1위인 부산 동부서 34.5배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남대문서 관할구역의 음주운전 사고는 최근 5년 간 92건이었고 음주운전 적발은 1,224건이었다. 이 92건은 3급지 경찰서인 충북 영동, 강원 정선경찰서와 같은 사고 건수로 남대문서가 서울 중구 일부만 관할구역으로 두고 있기에 사고 건수나 적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경찰서 중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가장 적었던 건 동대문경찰서. 5년 간 음주운전 사고는 562건으로 적지 않은 편인데 적발은 3,118건으로 사고 대비 적발이 5.5배에 그쳤다. 인구 34만 명인 동대문구 전체를 관할하는 데도 그러했다. 동작경찰서는 5.7배, 서초서 5.8배, 구로서 5.8배, 강남서 5.9배로 전국 경찰서 중 24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음주사고 예방에 소극적이었던 경찰서들이다.
서울 경찰서들이 음주운전 단속에 소홀했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경찰이 음주운전을 더 적극 단속할수록 사고를 예방할 가능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 음주운전 사고, 가장 많은 지역은?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지역을 시군구 단위로 분류했다. 각 시군구마다 인구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인구 10만 명당 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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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18년 12년 간 연평균 1위를 기록한 지역은 전남 영암군이다. 10만 명당 107.6건으로 나타났다. 영암군 인구는 2019년 8월 현재 5만 4,535명이라 10만 명에 못 미치나 대구 중구와 함께 '유이'하게 10만 명 당 사고 건수가 100건 이상인 지역이다. 다음은 경북 칠곡군, 경북 구미시, 부산 강서구 순이었다. 전국 평균이 10만 명당 42.4건인데 이들 지역은 모두 평균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10위 안에 든 시군구 중에 2017년에 비해 2018년 사고 건수가 늘어난 건 전남 영암군과 부산 강서구, 그리고 전체 7위였던 강원도 양양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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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사고 중에서 사망사고를 따로 뽑아봤다. 역시 인구 10만 명 기준으로 음주 사망사고가 가장 많았던 곳은 8.4건인 강원도 양양군이었다. 다음은 충남 태안군, 충남 청양군, 전남 장흥군, 경북 군위군 순이었다. 전국 평균인 10만 명당 1.1건에 비해 6배에서 8배나 됐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길 전체를 막고 모든 차량 검사를 하는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단속은 전 세계적으로도 강한 단속 방법이지만 음주 사고는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고 있다"면서 "한두 잔이라도 마시고 운전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강남보다 많다"... 전국 음주사고 1위는 '정왕동'!
<대한민국 '음주 살인' 보고서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기사에서 보도했듯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30만 3,38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사고는 7,769건, 사망자 수는 8,355명이다.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가 많은 지역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 읍면동 단위로 사고 건수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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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400여 개 읍면동(동은 법정동 기준)에서 1위는, 12년 합계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이었다. 28건의 사고가 발생해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이 23건,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이 20건으로 뒤를 이었다.
음주운전 사고 전체에서도 정왕동이 1위였다. 12년 합계 1,958건, 1년에 163건 꼴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1,122건)과 논현동(1,075건)으로, 정왕동 사고 건수가 강남 역삼동이나 논현동의 1.8배 수준이었다. 도대체 정왕동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걸까.
● 공단, 성비, 유흥가, 교통... 정왕동의 '비밀'을 찾아서
"왜 여기서 음주운전 사고가 많이 날까요?" 정왕동을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경찰, 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식당 사장, 공장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인을 만났다. 질문을 받은 이들 대다수가 먼저 떠올린 건 '공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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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황기영 씨는 "시화공단에는 자동차 관련 제조업체가 많고 남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왕동에 자리한 사업체 종사자 성비(2017년 기준)를 분석해봤다. 남성 211 대 여성 100. 즉, 남성이 여성의 2.1배, 전체 종사자에서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 사업체 종사자의 평균 성비 132 대 100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 때문인지 정왕동 주민들의 성비 또한 120 대 100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국 남녀 성비는 남 99.6 대 여 100으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약간 많다. 어떤 기준에서든 정왕동의 남성 비율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기준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의 89.4%는 남성이다.
정왕동엔 외국인이 많다. 2017년 12월 기준 정왕동 인구는 16만 1,720명인데 이 중 4만 1,806명이 외국 국적이다. 주민 4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외국인과 음주운전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최영남 경기 시흥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외국인이 음주운전하기도 하고, 음주 사고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서 단속과 함께 외국인을 상대로 홍보와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다는 건 정왕동의 또 다른 특징이다.
● 음주 잦은 환경, 편의성 떨어지는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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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노동은 술을 부르기도 한다. 정왕동 주민들은 공단 노동자들의 회식 문화를 음주운전이 잦은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택시 운전을 하는 주민 정용호 씨는 "공단 노동자들이 퇴근한 뒤 음주 회식하는 문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왕동엔 2017년 기준 사업체가 1만 8,826개 있는데 제조업이 33.9%(6,388개)로 가장 비중이 크지만, 숙박 및 음식점업도 15.0%(2,832개)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왕동 한복판에서 현장 치안을 담당하는 최기영 시흥경찰서 정왕지구대장은 "공단 배후에 조성된 유흥가 근처가 음주 취약 지역이자 사망사고 다발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정왕동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정왕대로 옆으로 크게 4개의 상업지역이 형성돼 있다. 정왕대로에서만 지난 12년 간 발생한 음주 사망사고가 7건, 사망자는 9명이다.
외지인들도 있다. 조개구이 전문 식당이나 횟집 등이 성업 중인 오이도 해양단지에는 관광객들도 자주 방문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황후연 씨는 "오이도에 주로 오는 건 다른 지역 사람들"이라면서 "서울이나 인천, 경기 고양시 쪽에서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힘든 공장 일을 마치고 또는 모처럼 놀러 와 술 마시는 건 자연스럽다. 운전대를 잡으니까 문제다. 정왕동에서는 대중교통 혹은 대리운전을 이용하기 불편한 걸까.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의 시종착역인 오이도역과 그다음 역인 정왕역이 모두 정왕동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공단 지대와 오이도 해양단지가 있는 남서쪽과는 다소 떨어진 위치다. 대리운전기사들이 접근하기에도 상대적으로 편리하지 않다. 정왕동에 사는 택시기사 김병영 씨는 "공단 쪽은 대중교통이 낙후된 편이라 사람들이 자기 차를 많이 이용한다"라고 전했다.
2017년 교통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운전 횟수와 대리운전 이용 편의성은 상관 관계가 있다. 오이도 해양단지에서 15년 넘게 일했다는 한 대리운전기사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대리운전 호출하면 보통 30분은 기다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최기영 정왕지구대장은 "정왕동에서 술 마신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인천이나 부천, 안산 등으로 가려고 하면 대리비용이 적지 않다"며 음주운전자들이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 음주사망사고 다발지역: 정왕동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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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망사고가 많은 다른 동네도 비슷할까? <마부작침>의 답은 "비슷하다"이다. 12년 합계 음주 사망사고 다발 읍면동 1위부터 10위까지를 비교 분석했다. 1위인 정왕동에서 나타난 지역 특성 상당수가 10위 이내 동네에서도 확인됐다.
우선 '공단'. 동네 10곳 중에 8곳은 지역 안에 공업단지가 있었다. 경남 김해시 장유면과 충남 홍성군 홍성읍 2곳은 바로 옆에 공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동네 10곳의 사업체 업종 비율 또한 제조업이 두드러진다. 사업체 수 기준으로 4곳에서 제조업 비율이 가장 높았고 종사자 수 기준으로는 9곳에 제조업 종사자가 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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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8곳에서 남성 주민이 더 많았다. 사업체 종사자의 성비가, 정왕동과 마찬가지로 전국 평균 남성 132 대 여성 100에 비해 크게 차이 났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은 남 505 대 여 100, 전북 완주군 봉동읍은 남 379 대 여 100, 경기 평택시 포승읍은 남 326 대 여 100으로 나타났다. 거주 외국인 비율도 10곳 모두 전국 평균(2017년 기준 3.62%)에 비해 높아서 정왕동 25.9%, 경기 평택시 포승읍 18.3%, 경북 경산시 진량읍 10.0% 등이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개인적인 특성이 미친 영향이 크지만 지역적인 특성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면서 "사고 자체에 대한 분석과 지역적 특성 분석을 가미해 경찰 단속 방향이나 교육·홍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좀더갈자] 음주운전 사고 많은 시군구 특성은?
<마부작침>은 시군구 단위로 확대해 음주운전 사고 발생과 지역 특성을 살펴봤다.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전국 음주운전 교통사고 지도'를 만들고 음주운전 사고 데이터와 각종 사회적 지표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각 사회적 지표는 인구 통계, 사회경제 통계, 공간 통계 등으로 변수로 나눠서 구조화했다. 음주운전 사고와의 연관성은, 한 변수가 다른 변수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지 분석할 때 이용하는 상관 관계 분석으로 따져봤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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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통계 데이터는 음주운전 사고 건수와 강한 상관성을 보였다. 시군구별 인구와 음주운전 상관계수는 0.47(남성 인구 0.46, 여성 인구 0.45)로 분석됐고 등록 외국인 인구는 상관계수가 0.52로 나타났다. 송수연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이 결과에 대해 "인구가 많은 지역은 차량 통행량이나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음주율(0.43), 스트레스 인지율(0.33)도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사회경제 통계에서는 산업별 업체 중에서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이하 개인 서비스업) 업체 수와 음주사고 건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0.33으로 보통 수준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숙박 및 음식점업'(0.28)과 '운수 및 창고업'(0.25)이 뒤를 이었다. 산업별 종사자 수에서는 '숙박 및 음식점업'의 상관계수가 0.50으로 가장 높았고 개인 서비스업(0.49), 교육 서비스업(0.46), 도매 및 소매업(0.45)도 0.40 이상의 상관계수로 나타났다. 업체 수보다는 종사자 수가 음주사고 건수와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 지역별 재정자립도의 상관계수는 0.43이었다.
공간 통계와는 상대적으로 상관성이 낮게 나타났다. 시군구별 상업지역 면적비율의 상관계수는 -0.01로 거의 상관성이 없었고, 공업지역 면적비율은 0.10으로 아주 약한 양의 상관관계였다.
송수연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요소가 있어서 인과 관계를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지역적 특성 파악이 의미는 있지만 연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음주운전을 유발하는 지역 특성을 찾아도 그걸 단기간에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정책 대응의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음주운전 적발자에게 물었다, "왜 음주운전 하셨어요?"
A씨는 지난 5월 30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 확정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말 새벽에, 혈중 알코올 농도 0.173%,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나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운전에 무면허, 뺑소니까지 더해진 데다 A씨는 과거에도 음주와 무면허 운전으로 5차례 이상 처벌된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에게 아무런 교화의 가능성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였다"면서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만이 합당한 처벌이 될 수 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처럼 상습범 수준으로 음주운전하는 이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적발자들에게 왜 술을 마시고 운전을, 또 거듭해서 하는 건지 직접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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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발된 것 말고도 '평균 6.5회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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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보자. 2017년 교통과학연구원은 음주운전 적발자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도로교통공단의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 다시 면허를 딸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수강하는 1회반(1회 적발) 112명과 2회반(2회 적발) 107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최근 3년 간 단속 여부와 관계없이 술 마시고 운전한 경험이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거의 절반인 109명, 49.8%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에 적발된 것 말고도 음주운전을 해봤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이들의 평균 음주운전 횟수는 6.5회였고,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50회까지 했다고 응답했다. 음주운전 횟수를 줄여서 답했을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경찰에 적발된 게 한두 번이지 종종 음주운전 해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술이 깬 상태라서", "단속 기준 아니라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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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왜 음주운전을 했느냐'는 질문에 "술 마신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술이 깬 상태라고 생각했다"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술 마시고 운전을 해도 경찰 단속 기준엔 해당하지 않을 것, 즉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답변이다. 다음으로 많았던 답변은 "음주운전인 건 알았으나 단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였고 그다음은 1회반의 경우 "음주운전인 건 알았으나 대중교통·대리운전 등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2회반은 "마신 술의 양이 운전에 영향 주거나 단속 기준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각각 답했다.
● 한두 번 적발된 뒤에 왜 또 음주운전했냐고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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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음주운전을 했느냐' 즉, 반복해서 음주운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 2회반은 "음주 후에도 별 문제 없이 운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해서", 1회반은 "음주운전 후에도 단속되지 않은 경험이 많거나 단속 확률이 낮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다음으로 많았던 답변으로 1회반, 2회반 모두 "대중교통·대리운전 이용 등이 어렵거나 하는 환경적 이유"를 꼽았다.
이상에서 보면 이들 답변의 공통점은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없거나 희박하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면 운전해선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술을 마셔도 운전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혹시 단속돼도 안 걸린다"라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 이용이 어려운 곳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아니면 음주운전을 하지 않게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 처벌 강화됐다지만 양형기준은 아직...
지난해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81%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고 윤창호 씨를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검사는 1심에서 징역 10년, 2심에선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기존 양형기준의 규범력을 무시하기 힘들다"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 22일 대전 서구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고 차태현 군을 사망하게 만들고 뺑소니친 가해자도 1심에서 징역 6년에 처해졌다. 판결문에 나온 법정형 범위는 징역 5년~31년이지만 양형기준에 따라 권고형 범위는 징역 5~6년이었다. 법원은 권고형의 상한인 징역 6년을 선고한 것이다. 차태현군의 유족인 이경재 씨는 "윤창호 법이 개정됐는데도 아직까지 실제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판결은 그 전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6월 10일 전체회의에서 위원회 임기 전반기(2019년 4월 27일~2020년 4월 26일) 내에 교통범죄 등의 양형기준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함께 음주운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인식 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송수연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윤창호법' 이후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이 '술 몇 잔까지 괜찮냐'는 것일 정도로 음주운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기본적으로 있다"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음주운전자 비중도 줄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상습성이 큰 음주운전자 중에는 자신이 운전하면 안 되겠다고 결정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설명하고 "별도 관리나 치료와 함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 같은 걸 병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장유선 브랜드디자이너
이유림 인턴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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