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텃멧새 작전' 계획서 식품·약품 부족 위험 지적
북아일랜드 도로에 설치된 '국경 통제 반대' 광고판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영국에서 식품과 의약품 부족사태가 빚어지고 이에 따라 전국이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영국 정부 기밀 문건이 공개됐다.
영국 내각은 노 딜 브렉시트 대비 계획을 담은 기밀문서 '노랑텃멧새 작전'(Operation Yellowhammer) 계획을 1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했다고 국영 BBC와 일간 더타임스 등이 전했다.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하는 정부 문건이 공개된 것은 이틀 전인 9일 의회에서 문서 공개 요구안이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브렉시트 표결 6연패' 존슨 英총리(왼쪽)와 수석보좌관 커밍스 |
영국 정부는 노 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대형 화물트럭이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 켄트에 도달하는 시간이 1.5∼2.5일 지연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브렉시트 후 '몇 달 간' 물동량이 현재의 40%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른 신선식품 공급 부족 공포는 사재기를 초래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정부는 우려했다.
필수 의약품도 비슷한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비축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동물의약품이 부족해지면 인수 공통 전염병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
공급 부족과 가수요 폭발, 관세가 겹치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데,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의 관세로 영국 유화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 단기간에 2천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영국 정부는 추산했다.
필수품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 실직 등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지면 영국 전역이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존슨 英 총리 "브렉시트 연기 요청 안 할 것" |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노랑텃멧세' 문건의 내용은 이미 지난달 영국 언론의 보도로 알려져, 노 딜 우려 확산에 일조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은 노 딜 불사 전략을 펼치면서 국민의 불안을 막고자 '노 딜 비용이 무시할 정도로 드는 것은 아니다'라거나 '그저 덜컹거리는 길' 수준으로 치부했지만, 이 문건이 보도되면서 심각성이 새롭게 대중에 알려진 것이다.
최근 노 딜 방지법을 통과시킨 의회는 존슨 내각에 법 이행을 압박할 의도로 노랑텃멧새 작전 문건 공개안까지 가결했다.
내각이 공개한 문서는 보도 내용과 대체로 일치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지난달 더타임스가 입수·보도한 버전이 이러한 우려를 '기본 시나리오'라고 판단한 것과 달리, 내각이 이날 정식 공개한 버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규정했다.
"국경 반대, 장벽 반대"…아일랜드서 브렉시트 반대 시위 |
존슨 내각은 내용이 이미 노출된 노랑텃멧새 작전 문건은 공개하면서도, 의회 중지 결정과 관련한 총리 보고 내용 일체를 제출하라는 의회 요구는 거부했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무려 5주에 이르는 '정회'(prorogation) 결정을 내리자 야권은 의회의 브렉시트 논의를 방해하려는 전략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마이클 고브 국무실장은 "직원 개인의 권리나 공개 결과에 대한 고려 없이 그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의회의 합리적 권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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