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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에이스, 깜깜했던 길에 한줄기 빛이 들어왔을 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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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에이스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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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꽤나 즐겁다.

에이스(준, 동훈, 와우, 김병관, 찬)는 흡사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지녔다. 슬쩍 건넨 하나의 말이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인생에 녹여내려 반추하는 속 깊은 내면으로 에이스 전체를 단단하게 둘러쌌다. 과장 조금 보태면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성장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에이스는 소위 성장 과정을 보는 맛이 있는 그룹이었다.

데뷔 3년차, 에이스는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지난 5월, 1년여 만에 발매한 미니앨범 '언더 커버(UNDER COVER)'가 미국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9위를 기록했고, '2019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에서도 '넥스트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며 에이스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들은 "그간 노력한 게 조금씩 드러나면서 더 열심히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준은 "예전에는 에이스라 하면 '누구야'가 먼저 들렸는데 요즘에는 업계에 계신 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신다. '언더 커버'하면서 '에이스라는 팀이 가능성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짚었다.

'언더 커버'는 에이스의 '칼군무'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춤을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서 3분 안에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는 에이스의 강한 에너지가 잘 드러났다는 자평이다.

동훈은 "팬분들이 해주신 말인데 저희가 평소에는 일반적으로 볼 법한 친구들인데 무대에 서면 무대가 크든 작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시더라. 설렁설렁할 수 있는 자리일 수도 있지만 간절함과 열정을 가지고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고 해주셔서 '그런 마음들이 팬분들께 전달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는 칼군무를 서로 함께 맞춰가는 '약속'이라 정의했다. 다섯 명인데 누군가 다른 느낌이 되면 튄다는 것. 각자 가지고 있는 다른 느낌들을 하나의 느낌으로 맞추는데 공을 들인단다. 동훈은 "처음에 에이스로 모였을 때 그걸 맞추는 게 제일 힘들었다. 한 파트로 하루 종일 한 적도 있다. 지금은 훨씬 수월해졌다"고 털어놨다.

다만 병관은 완급 없이 힘들고 크게만 춤을 추는 것이 에이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분석했다. 보완점을 연구 중이라는 병관에게 "젊은 패기로 힘을 주는 게 에이스의 매력"이라고 하자 동훈은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그게 에이스의 색깔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이스는 '노력형 아이돌'이에요.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처음부터 잘했던 친구는 없었거든요. 주변 분들의 도움도 많았지만 다섯 명이서 노력으로 이룬 것도 많아서. 그게 에이스의 장점인 것 같아요."(동훈)

에이스의 노력은 '인간성'과 '사회화'로 결실을 맺었다. 노력해서 바뀐 점을 묻자 팀 내 막내인 찬은 대뜸 "인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팀 생활이 처음은 아니다. 중학교 때 운동을 해서 단체생활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때는 운동만 열심히 했고 단체생활은 잘 몰랐던 것 같다. (에이스) 형들과 5년 정도 같이 있으면서 많이 배웠다. 연습해서 실력이 느는 건 당연한 건데 사람 대 사람의 예의는 배우기 어려운 거 아니냐. 사람 간에 지켜야 할 것들을 알게 됐다. 인간성을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맏형인 동훈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찬의 말에 동조했다. 그는 "사람 대하는 법을 많이 반성하고 느낀 것 같다. 처음에는 저만 믿고 가는 성격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생들한테도 독재적인 느낌이 있었고 예민한 편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이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더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이나 받아들이는 법, 이해하는 법을 많이 배우다 보니까 스스로의 자아도 많이 바뀌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그게 노래나 춤으로도 나타나더라. 지금 무대 하는 게 작년, 재작년과 다르다. 연습과 노력을 떠나서 느낌이나 사람이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바뀌었구나 싶다. 저뿐만 아니라 다섯 명 다 가장 많이 성장한 게 그런 부분인 것 같다. 에이스가 서로 대하는 게 많이 달라졌다. 옛날엔 다들 혈기왕성하고 20대 청년이다 보니까 말도 막 하고 막 대하는 게 많았는데 나이가 들고 상처도 받고 도움도 받다 보니 서로를 생각하는 게 달라졌다. 인간적으로 바뀐 게 가장 성장한 부분"이라고 했다.

인간적인 부분에서의 성장은 팀 전체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 얽매이지도, 먼 미래를 바라보며 불행해하지도 않은 채 그저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에이스다.

김병관은 "지금도 가야 될 길이 멀다고 느껴지긴 하는데 예전엔 정말 앞이 깜깜한 복도였으면 지금은 희미하게 빛이 보이는 느낌인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방이 어두워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 방향은 알고 가는 느낌"이라고 시적인 비유를 내놨다.

동훈은 "미래를 보고 불안해하면 스스로를 자꾸 가두게 되는 것 같다. '나 더 해야 되는데' '남들은 저기까지 갔는데 난 왜 여기 있지' 스트레스 받고 자격지심이 생긴다. 그것보다는 지금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거기에 가 있기 때문에 너무 얽매어 있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지금 하는 게 행복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한테 웃으면서 할 수 있으면 그게 전부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욕심 가지지도 않고 갈 길을 가다 보면 에이스만의 특별한 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에이스가 좀 즐겼으면 좋겠다. 오늘 스타일리스트 실장님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저희만 메이크업 해주시고 바로 퇴근하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였다. '나는 왜 이렇게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면서 살고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 재밌게, 먹고 싶은 거 먹고, 하는 일에 프라이드 느끼면서 열심히 하고 나머지 외 시간에는 재밌게 사는 게 느껴졌다. '나도 그러지 말아야 할 사람이 아닌데 왜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 싶었다. 오늘도 많이 해소하고 배웠다"고 회상했다.

'현재'에 집중하는 에이스에게 '오늘의 나는 어떤 것의 에이스였는지'를 물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준에게 찬은 "메이크업 잘 됐는데"라고 했고, 준은 고민 없이 "오늘 난 메이크업 에이스"라고 정리했다.

이어 찬은 "오늘 나는 똘망똘망 에이스"라며 "눈이 오늘 초롱초롱 빛나는 것 같아서"라고 했고, 병관은 "오늘은 내가 명언 에이스"라 자부했다. 멤버들이 "인정합니다. 오늘 슈퍼 명언"이라며 박수를 치자 김병관은 "아까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놓쳤다"며 "현재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현재가 프레젠트 아니냐. 프레젠트는 선물이기도 하니 선물 같은 현재를 삽시다"라고 재차 비유를 덧댔다.

와우 차례가 되자 멤버들은 "한복 에이스"라고 선수를 쳤다. 인터뷰 전 한복을 입고 사진을 촬영한 뒤 모두가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었으나 와우만 덥다며 한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 마지막으로 동훈은 "저는 오늘 행복함 에이스다. 오늘 제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 뭔가 오늘 또 하나 깨우치고, 해소하고 간다"고 웃었다.

가감 없는 솔직함으로 비는 오디오 없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낸 에이스에게 혹시 못한 말이 있냐 했더니 에이스는 곧바로 팬덤 초이스를 챙기며 함께 만들어갈 행복을 꿈꿨다.

"초이스 여러분, 즐거운 한가위 되시고 병관이가 보름달 보고 초이스의 행복을 빌었으니까 무조건 행복해질 거예요. 꼭 전달해주세요."(김병관)

"눈 뜨나 감으나 초이스 생각뿐이에요. 제 눈이 초승달이거든요. 제 눈을 보면서 기도를 해요. 초이스 행복하게 해달라고."(와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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