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밝게 집을 나섰던 아들 창호를 다시 본 것은 다음날인 9월 25일 새벽 차가운 병원 침대 위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181%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박모 씨 차량에 치인 아들은 45일간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지난해 11월 결국 부모 곁을 떠났다.
윤 씨는 올해 추석이 다가오자 그때의 생각이 저절로 떠올라 힘들어하고 있다.
창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저린다.
윤 씨는 "추석 연휴에 오랜만에 보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술을 마시게 되고, 제사를 지내며 음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이후 운전대를 잡는 것은 살인행위라는 것을 명심해 달라"면서 "올해 추석은 내가 겪었던 비극을 겪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윤 씨는 "아이 엄마도 저도 명절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다"면서 "아들을 생각하면서 명절을 보내겠다"고 전했다.
창호 방은 집을 나서던 그 날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법조인을 꿈꾸던 아들이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며 책상 위에 써 붙여둔 여러 문구가 그동안 윤씨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다.
윤 씨는 "창호 사고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아들 죽음이 헛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음주 운전사고로 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창호의 죽음 이후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 예모 씨도 "'한 잔쯤이야' 하고 운전대를 잡는 실수를 했다가는 자신의 가정뿐 아니라 남의 인생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오는 9월 말에도 고속도로 휴게소와 도시철도 역사에서 음주근절 활동을 이어나갈 참이다.
윤창호 죽음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으로 음주 운전자 처벌과 단속기준은 대폭 강화됐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제1 윤창호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으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기존 '징역 1년 이상'에서 최소 '3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해졌다.
올해 6월에는 '제2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시행돼 면허정지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기존 0.05% 이상), 면허취소는 0.08% 이상(기존 0.1%)으로 소주 1잔만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도 면허정지 수준에 걸릴 수 있을 정도로 단속 기준을 강화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6월 25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197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145건)과 비교하면 37.2%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두 달 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2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급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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