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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볼턴 퇴진에 가장 반색할 北…'인간 오작품' '흡혈귀' 쏟아낸 욕설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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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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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의 ‘슈퍼 매파’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면서 가장 반색할 국가 중 한 곳이 북한이다.

지난해 6월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하며 찬물을 끼얹고, 올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빅 딜’안이 든 노란 서류봉투를 흔들며 판을 깬 것도 볼턴이었기 때문이다.

북한과 볼턴의 악연은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볼턴이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2001~2005년)을 맡으며 시작됐다. 볼턴은 2003년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을 지옥에 비유하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향해 ‘독재자 ‘폭군’이라고 말했다. 이에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볼턴을 ‘인간쓰레기(human scum)’‘흡혈귀(bloodsucker)’라고 맞받았다. 북한의 격앙에 볼턴은 결국 그해 북핵 협상을 위한 6자회담 미국 대표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볼턴은 이후로도 부시 행정부에서 UN 주재 미 대사(2005~2006년)를 지내며 대북 강경 정책을 주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선 ‘최고 존엄’ 모독은 용납이 안 되는 일로, 곧바로 응수해야 한다”며 “볼턴은 오래전부터 북한 당국에 찍힌 인물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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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은 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을 주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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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민간인으로 지냈던 볼턴이 다시 등장한 건 12년 만인 2018년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당시 6월 12일 북·미 첫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었지만, 볼턴은 비핵화 관련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하며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볼턴을 향해 ‘사이비 우국지사(憂國之士·나랏일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사람)’라며 “이미 볼튼(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며 가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4일 성명을 내고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결국 다음날 김 제1부상이 “대화용의”를 다시 밝히며 갈등이 봉합됐지만, 북한에 볼턴은 눈엣가시가 됐다. 그가 있는 한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할 게 명백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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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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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핵 폐기’는 2003년 12월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가 핵·생화학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후 2004년 1월부터 리비아 핵 프로그램을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 연구소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해, 2005년 10월 완전히 폐기한 걸 말한다. 이를 볼턴이 당시 국무부 차관으로 있으며 주도했다. 볼턴은 지난해 이를 북한에 적용해 북한 핵무기를 오크리지로 반출·폐기하는 비핵화 구상을 주장해왔다. 볼턴은 ‘선 핵 폐기, 후 보상’이라고 강변하지만, 북한은 ‘핵 폐기 후 정권 붕괴’로 받아들인다.

결국 볼턴의 구상은 지난 2월 말 하노이회담에서 ‘빅 딜’ 안으로 등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자신들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놓으면,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 핵 폐기, 후 보상’에 가까운 빅 딜을 제시했고, 회담은 결렬됐다. 이후 빅 딜안이 볼턴의 아이디어였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북한은 이후로 볼턴이 북한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인간 오작품”“안보파괴보좌관”“전쟁광신자”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볼턴이 지난달 23~25일 한·일 순방을 왔을 땐 그의 순방 일정이 끝난 25일 새벽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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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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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볼턴의 퇴장으로 북한으로선 이달 하순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며 “최소한 ‘하노이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거란 안도감에, 실무협상이 속도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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