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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가까운 미래. 우주비행사인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와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리마 프로젝트' 중 실종된 우주영웅 클리포브 맥브라이드의 아들이다. 그는 우주안테나에서 임무 수행 중 닥친 이상 현상으로 추락 사고를 당한다. 갑작스런 전력 증폭으로 전자기기-통신기기 이상이 발생하는 이른바 '써지' 현상이다. 겨우 목숨을 건진 로이 맥브라이드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해왕성 인근에서 '써지'를 유발했다는 믿지 못할 소식과 함께 그 행방을 찾는 비밀 임무에 투입된다.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추락한 우주비행사의 임무는 달과 화성을 지나 해왕성으로 이어진다. 고요히 읊조리는 브래드 피트의 독백이 그 여정을 이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애드 아스트라'에 전형적인 SF블록버스터 우주영화와는 다른 재미와 무게를 실었다. 구체적 생존법은 과감히 삭제했다. 그가 주목하는 건 우주를 향하는 외로운 인간의 내면이다.
유능한 우주비행사지만 직업 특성상 늘 평정심을 시험받는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임무에 몰두한다. 심지어 아내가 떠날 때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심장박동수가 80을 넘지 않는다는 설명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제 숨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곳, 우주에서야 평안을 느낀다. 그러나 죽었던 아버지가 살아있으며, 우주탐사의 영웅인 그가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의 평정심을 흔든다. 저도 모르게 아버지가 간 자리를 밟아나가는 그의 걸음마다 진짜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 놓인다. 그가, 그의 아버지가, 혹은 인간이 우주를 향하는 것은 진정 꿈꾸기 위해서인가. 혹은 탈출을 위해서인가. 혹은 그저 맹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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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엔 셔젤 감독의 '퍼스트맨'이 여러 모로 떠오르지만, 확고한 목표를 위해 매 순간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와는 정서가 다르다. '애드 아스트라' 속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검은 우주는 나아가야 할 또 다른 세계가 아니라 마치 무한히 텅 빈 공간처럼 보인다. 그 검은 구멍에 홀린듯이 빠져든다. '별을 항하여'라는, 진취적이고도 낙관적인 제목은 결국 역설로 다가온다.
담담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전개, 세밀화처럼 그려진 인물의 정서 덕에 이야기는 점점 보는 이를 몰입시킨다. 속도와 힘이 붙는다. '애드 아스트라'엔 극장에서 볼 이유가 충분한 볼거리와 아름다움이 있다. 민간 우주선이 오가는 달의 세상. 달의 뒷면을 향하며 벌어지는 추격전, 최후의 보루 화성 지하기지, 그리고 목성과 토성을 지나 이어지는 최후의 목표지점까지, 다채로운 태양계의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를 촬영한 호이트 반 호이테마의 유려한 카메라는 여전히 입 떡 벌어지는 순간을 포착하나, '애드 아스트라'만의 정서는 브래드 피트의 공이 8할이다.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 소송으로 피폐해졌던 현실의 삶이 투영되기라도 한 것일까. 세월까지 직격으로 맞은 듯한 그는 빛을 지운 눈으로 우주를 본다. 그 눈이 바라보는 검은 우주에도 같은 허무가 짙게 배어난다. 영화 속 그가 얻은 깨달음조차 그의 삶과 무관치 않다. 브래드 피트 최고의 연기라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보고 나면 실감이 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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