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대화-남북관계 분리하며 南과 대화 거부…남북관계 복원 '난제'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된 실무협상 개최에 두 달 넘게 호응하지 않던 북한은 9일 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돌연 '9월 하순' 대화 재개 용의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일단 "아직 발표할 만남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지만, 그간 미국이 협상에 준비돼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힌 만큼 협상 성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관련, 그동안 정부는 일단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집중하면서 남북관계 재개 모멘텀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북미 실무협상이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북미간 신경전 등으로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남북관계 소강상태도 장기화를 면치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14일)나 9·19 평양 정상회담 공동선언 등 지난해 탄생한 굵직한 남북관계 성과가 곧 1주년을 맞지만 이를 남북이 함께 기념하기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은 10일 오후 사무소를 찾아 직원과 유관기관 상주 근무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나 북측과 개소 1주년 기념 공동행사는 불발됐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쌀 지원도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준비 절차가 중단됐다. 이달까지 5만t 전달을 모두 마치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은 실현이 어려워진 상태다.
하지만 일단 북미 실무협상이 개최되고, 교착상태였던 한반도 정세가 전반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돌아가게 되면 남북관계를 둘러싼 여건도 이전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
정부도 앞으로 북미 실무협상 상황과 북한의 태도 등을 주시하며 향후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선(先) 북미' 기조와 대남 압박 태도로 볼 때 상황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북한은 최근 공식 담화와 선전매체 등을 통해 북미대화와 남북관계는 별개이며, 남측이 한미연합훈련과 군비 증강 등 '남북공동선언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한 남북대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한미연합연습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최 제1부상이 북미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10일에도 남측에는 "동족을 반대하는 북침전쟁 소동과 무력증강 책동에 매달려온 저들의 행태에 대해 심각히 돌이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날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하는 등 남한을 사정권으로 한 단거리 발사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대화하며 남한은 압박하는 북한의 태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일단 북미 실무협상 성사 및 진척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협상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정세 완화의 효과가 그만큼 크겠지만, 협상이 난항을 빚을 경우 남북관계 복원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북관계 추진방향은?' |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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