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대안 가져나올 것 믿어"…北, 하노이 노딜 이후 제재 대신 안보 강조
'새무기' 완성하기 위해 회담 전까지 발사체 더 쏠 가능성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참관하는 김정은 |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도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해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대미 협상 핵심인물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10일 오전 6시 53분경과 오전 7시 12분경 평안남도 내륙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최 제1부상의 담화가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발표된 지 불과 반나절도 안 돼 무력시위가 강행된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강경과 유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이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합의에 따라 9월 말 재개하는 비핵화 실무 회담에서 자신들의 안보우려 해소를 최우선 의제로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이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대화는 하겠지만, 안보우려가 여전함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나타냄으로써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최 제1부상이 담화에서 "나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북한은 판문점 북미정상회동에서 합의한 북미 실무회담을 미루면서 그 이유로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미국 첨단군사장비의 한국 반입 등을 거론했다.
한미 군사 움직임을 북한을 겨냥한 군사행위로 규정하고 전쟁준비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화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트럼프 "北 정권교체 추구안해" 언급…北 호응할까 (CG) |
사실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상응조치의 우선순위를 체제 안전 보장으로 바꿨음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런 연장선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 차원의 군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피하는 대신 자위적 차원의 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에 집중하며 올해에만 10차례의 시험무기 발사를 단행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4일 북한이 지난해부터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하는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즉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균형을 허물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상용무기 개발과 시험발사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북미 비핵화 대화로 북한이 핵과 ICBM 개발을 더는 추진하지 않겠지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새 무기의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북한이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을 한미군사연습 종료에도 뜸 들인 것은 미국과 한국 탓으로 시간을 벌면서 그동안 개발해온 무기의 시험 발사를 완료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달 말 실무 회담 재개 전까지는 발사체 발사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것도 북한이 안보우려 해소를 우선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취재진 문답 중 이란 관련 질문에 답하다가 "이란은 굉장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은 굉장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들은 굉장해질 수 있고 우리는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등 정치·외교적으로 제재 해제보다 훨씬 힘든 문제여서 북미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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