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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우울한 ‘청춘의 초상’ 유쾌하게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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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3인조 펑크록밴드 ‘피싱걸스’ / 3월 첫 정규앨범 시작 7월 단독콘서트 / 인디씬서 활동하며 두꺼운 팬층 확보 / 압박 속에서 자유 갈망하는 청춘 노래 / “관객 재미가 1순위… 좋은 곡으로 보답”

“저 회색빛 아스팔트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사랑하는 나의 님과 쌍둥이를 낳을 거야 / 저 회색빛 한강이 보이는 48평 아파트를 / 월세 아닌 전세 살며 쌍둥이를 낳을 거야”(‘승민씨와 함께’, 피싱걸스)

저 푸른 초원 위에 집을 짓겠다던 청춘들은 이제 옥탑방에 둘러모여 한강이 보이는 48평 아파트를 꿈꾼다. 그러면서도 자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전세를 살겠다는 희망을 말한다. 언젠가 멀끔하게 잘생긴 남편을 만나 쌍둥이를 낳아 초저출산 시대 극복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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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걸스(사진)’의 노래들은 분명 경쾌하고 신이 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청춘의 초상이 어른거린다. 이들은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의지를 다지다가도 “엄마 나 힘들어요. 안아주세요. 평생 데리고 같이 살아주세요”, “오빠 나 1500원만 주세요. 나 소주 사먹게”라며 힘든 하루를 이어간다.

거대 기획사가 육성한 아이돌 밴드들이 쏟아지는 와중 한국 록 음악의 성지인 홍대에서 자유를 노래하고 현실을 위로해온 피싱걸스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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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핑거(보컬·기타), 오구구(드럼), 양다양다(베이스)로 구성된 피싱걸스는 요새 보기 드문 여성 3인조 펑크록밴드다. 9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피싱걸스는 “올해는 참 특별한 한 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첫 정규앨범을 냈고, 7월에는 400여명 관중이 모인 홍대 롤링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성료했다. 데뷔 6년 만의 성과다.

“홍대의 가장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 처음엔 극구 반대했으나 관객석이 꽉 찬 광경을 보고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팬들이 대체 어디 숨어있다 나타난 것인지 공연 레퍼토리도 이미 다 알고 있더라고요. 홍대에서 만난 팬들은 물론 유튜브로 공연을 접하던 지방 팬들이 모두 집결한 자리였습니다.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텨왔기에 가능했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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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인디씬에서 활동하면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할 수 있던 것은 역시 좋은 음악 덕분이다. 이들의 음악은 진지하지만 위트 있고, 유쾌하지만 우울하고, 보편적이지만 특별하다. 피싱걸스의 전 곡을 작사·작곡·편곡한 비엔나핑거는 “요새 청춘들은 압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며 살고 있다. 음악을 통해 남들이 쉽게 용기 내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해주고, 자유를 선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피싱걸스는 “우리 음악을 통해 우울감을 치유하고 위로를 받았다는 팬들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왈칵 눈물이 나고 가슴이 벅찼다”고 전했다.

“저희에게는 항상 관객들의 재미가 1순위 과제입니다. 밴드로서 보답할 수 있는 건 좋은 곡과 에너지 넘치는 라이브밖에 없네요. 밴드는 곡과 공연력이 최우선인 만큼 계속해서 관객을 위한 곡을 쓰고 노래하겠습니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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