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중, 미소 냉전과 비슷”
中 석유결제 등에 달러 필요
스몰딜 가능하지만 빅딜엔 시간필요
美 원하는 결과 얻을 때까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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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전 단기성과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장기전
트럼프 대통령은 억지로 단기간에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왔습니다. “중국은 필요없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정치적 의미가 담긴 말이지만 아예 허풍도 아닙니다. 트럼프는 언제나 ‘충격과 공포’ 전략을 좋아하니까요.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말을 보면 앞으로의 상황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조속한 결실을 원한다”고 했지요. 왜 그랬을까요.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달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이달부터 시작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일반 국민들이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미국 한 가정당 1년에 1,0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합니다. 무역전쟁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기둔화를 더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죠.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기본적으로 장기전으로 간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짧게 보면 내년 미 대통령 선거 전에 스몰딜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빅딜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얘기죠. 앞서 몇 번 설명드렸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무역수지 개선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미중 패권전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경제전쟁이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군사와 안보까지 연계돼 있는 협상입니다. 또 미중 패권전쟁 아래 북핵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협상이 일반적인 무역협상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커들로 위원장의 설명을 더 들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는 이날 “(미중 무역전쟁은) 중요성이 매우 커 우리는 이 문제를 올바로 이해시켜야 한다. 만약 10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레이건 대통령도 소련을 상대로 비슷한 싸움을 한 것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미중 갈등을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에 빗댄 것입니다. 패권전쟁의 한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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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결제 등에 달러 필요 美 자신감
그럼 미국은 새로운 2차 냉전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물론 미국인들은 그렇게 봅니다. 미국이 자신만만한 이유는 에너지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4억6,000만톤으로 전년 대비 11%나 증가했습니다. 대외 의존도가 70%에 가깝습니다. 미국보다 더 많은 세계 1위입니다. 지난해에는 천연가스 수입량(9,038만5,000톤)도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습니다.
중요한 건 결제입니다. 특히 원유를 사고 팔 때는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합니다.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고 위안화 표시 석유거래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미 경제방송 CNBC의 한 전문가 대담에서는 “중국은 달러가 필요하다”고 단언하는 전문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 결제 문제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달러를 보유해야만 하고 미중 경제전쟁에서 미국이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국채는 어떨까요? 무역전쟁 때 거론되는 중국의 보복조치가 중국의 미 국채 투매입니다. 실제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은 최근 들어 줄었습니다. 그런데 대체자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중국이 미 국채를 덜 사면 누가 살까요. 제 생각엔 아베 총리가 이런 환경은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중국이 안 산 미국산 옥수수도 대신 구매해주는 판인데 국채라면 두말 할 것 없지요.
여기 자료가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일본이 보유한 미 국채는 1조1,220억달러로 중국(1조1,120억달러)를 앞섰습니다.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의 보유액이 급증한 것입니다. 더욱이 내년에는 미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인기가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덜 사도 대체자들이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중국이 16일부터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면서 150조원의 유동성을 푸는 것도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중국도 내심 미국과의 전면전은 불리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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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권 관계없이 中에 강하게 나갈 듯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진입하는 것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중국에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이 줄어서 경제에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지속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정권과 관계없이 미국이 중국에 세게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최근 애나 애슈턴 미중경영위원회 선임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20년 대선에서 재선되는 데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강하게 나가는 것처럼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중국에는 강경한 대처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가 연임 못해도 미중 분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남은 문제는 우리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에 가장 취약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나요? 물밑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을 짜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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