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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대혼란을 조종하는 손"…英 총리 측근에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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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의원들 "커밍스 보좌관, 존슨 총리 앞세워 영국 정치 망쳐"

'실세'·'조종자'·'비열한 당파주의자' 등으로 불려

연합뉴스

존슨 영국 총리 수석보좌관 도미닉 커밍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둘러싼 극한 대립과 분열, 대혼란의 책임론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함께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존슨 총리의 수석보좌관 도미닉 커밍스(47)다.

'죽어도(do or die)' EU 탈퇴, 의회 논의를 방해하는 정회(prorogation, 의회 중지) 결정, '노 딜'(no deal) 방지법 찬성 의원 출당 등 논란이나 비판이 된 존슨 총리의 전략은 '실세' 커밍스의 '설계'라고 보수당 안팎에서 의심한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는 '막후 조종자', '무정부주의자', '스벵갈리'(타인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최면술사), '비열한 당파주의자' 등으로 불리며, 존슨 총리를 내세워 영국 정치를 망치는 장본인으로 묘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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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를 거느리는 커밍스 보좌관'을 묘사한 시위 도구
[AFP=연합뉴스]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커밍스는 1999∼2002년에 '유로화 사용 반대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2007∼2014년에는 보수당의 마이클 고브 당시 교육장관(현 국무실장)의 선임 보좌관으로 일했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성 캠페인을 이끌면서 최고의 전략가로 부상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며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물러나고 총리로 취임한 존슨은 커밍스를 수석보좌관으로 기용했다.

그는 오랫동안 보수당 측을 위해 일했지만 실제로 당적을 가진 적은 없다고 한다.

존슨 총리 취임 때부터 보수당 내부에서는 실세 보좌관의 독주와 오만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달 4일(현지시간) 당론에 반대해 노 딜 방지법에 찬성표를 던진 보수당 의원 21명을 당에서 쫓겨나자 당내 불만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출당된 의원 중에는 메이 내각의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장관, 하원 최장수 현역 의원인 켄 클라크 전 재무장관, 윈스턴 처칠의 외손자 니컬러스 솜스 경(卿) 등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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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 총리관저를 나서는 존슨 총리(오른쪽)와 커밍스 보좌관
[AFP=연합뉴스]



그레그 클라크 전 기업장관은 출당에 문제를 제기하려 동료 보수당 의원들과 총리실을 방문했다가 커밍스 보좌관으로부터 욕설이 담긴 말로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로저 게일 의원은 4일 국영 BBC 방송에 출연해 "총리실의 중심이, 총리 선임보좌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하는 입이 더러운 멍청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게일 의원은 "총리가 커밍스의 팔을 비틀어 끌어내지 않는다면, 보수당 반란파나 (제1야당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이 존슨 총리 정부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에서 축출된 마고트 제임스 의원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말하기를, '보좌관은 보좌하고, 결정은 내각이 한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존 메이저 전 총리도 5일 밤 글래스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커밍스 보좌관을 겨냥, "보좌진이 정치를 회복 불가능하게 오염시키기 전에 그들을 내치라"고 존슨 총리에게 조언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연설 원고를 입수해 보도했다.

100명이 넘는 보수당 의원들은 당내 그룹 '원 네이션' 명의로 존슨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출당한 의원 21명을 복당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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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를 총괄 지휘하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보수당이 결정권자인 존슨 총리 대신에 손쉽게 커밍스만 겨냥한다는 지적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현재의 이러한 혼란은 커밍스와 고브 실장이 꾸민 또다른 '큰 그림'의 일부라는 음모론성 시각도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권력을 넘겨받을 채비가 된 연륜있는 정치인으로서 고브 실장을 부상시킬 의도로 존슨 총리를 추락시키고 혼란을 초래하는 게 커밍스의 진짜 계획이라는 설이 돈다"고 귀띔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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