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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사인' 소녀 위기탈출 영상에 中당국 불편? 왜…

머니투데이 남수현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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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사인' 소녀 위기탈출 영상에 中당국 불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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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수현 인턴] [BBC "중국서 감시 피하기 위한 각종 암호 활용돼"]

최근 중국 SNS에서 확산된 한 소녀가 '오케이' 수신호로 도움을 청해 위기를 모면하는 영상(왼쪽)과 수신호를 홍보하는 포스터 /사진=틱톡, 웨이보 캡처

최근 중국 SNS에서 확산된 한 소녀가 '오케이' 수신호로 도움을 청해 위기를 모면하는 영상(왼쪽)과 수신호를 홍보하는 포스터 /사진=틱톡, 웨이보 캡처


낯선 남성에게 끌려가던 한 소녀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맞대는 '오케이(OK)' 모양의 손짓을 넌지시 보여준다. 소녀의 신호를 알아차린 행인이 남성을 저지하고, 소녀는 이내 부모와 무사히 재회한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영상이 중국의 인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퍼지자 중국 당국이 이를 탐탁찮게 여기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영상 속 소녀의 '오케이' 모양 손짓은 많은 나라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통용되지만, 중국에선 비상시 신고 전화번호인 '110'을 암시하기도 한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붙인 상태에서 손바닥을 안쪽으로 향하게 하면 숫자 '110'의 모양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확산된 이 영상은 위험에 처했을 때 대처법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 말미에는 한 남성이 등장해 "사람들이 납치, 강압, 생명의 위협에 처했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제스처를 널리 알려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 당국의 지휘 아래 운영되는 온라인 루머 팩트체크 기관 '피야오'가 '오케이' 제스처를 긴급 상황에 수신호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홍보했다. /사진=피야오

중국 당국의 지휘 아래 운영되는 온라인 루머 팩트체크 기관 '피야오'가 '오케이' 제스처를 긴급 상황에 수신호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홍보했다. /사진=피야오


SNS 이용자들은 이 영상이 경찰 당국의 제작 지원을 받은 공익광고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중국 공안당국의 지휘 아래 운영되는 가짜뉴스 팩트체크 플랫폼 '피야오'는 영상이 경찰과 어떤 연관도 없으며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알렸다. 피야오는 "해당 동작는 위험을 알리는 수신호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위기 시 경찰에 신고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달라고 홍보했다.


온라인에서는 영상 속 수신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어떤 이들은 "도움이 필요할 땐 그냥 소리치는 게 낫다"고 주장하지만, 독재 정권의 통제가 삼엄하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중국 같은 국가에선 비밀리에 자신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신호가 유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수신호 외에도 각종 숫자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암호로 활용된다. 예컨대 중국 정부가 30년 동안 철저히 검열해온 '톈안먼 사태'에 대해 얘기할 때, 사태가 1989년 6월 4일에 벌어진 것에서 착안해 '46’, ‘64’ 또는 '1989'로 지칭하는 식이다. 당국은 암호 숫자들마저 검열해 삭제하지만,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1989'와 같이 톈안먼 사태가 아닌 대상과 관련된 게시물을 걸러내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홍콩 시위대가 물품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 사용한 각종 수신호 /사진=AFP

홍콩 시위대가 물품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 사용한 각종 수신호 /사진=AFP


최근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도 숫자와 수신호가 시위대의 소통을 돕는 암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역대 행정부 수반이 당선될 때 얻은 득표수를 활용해 캐리 람 행정장관을 '777', 전임자 렁춘잉을 '689’라 지칭하며 검열을 피해 온라인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복잡한 시위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한 여러 수신호가 고안되기도 했다. 이마 위에서 두 손으로 원을 그리면 헬멧을, 눈 주위에서 그리면 눈 보호구를 뜻한다.

BBC는 중국 당국이 '오케이' 수신호를 홍보하는 영상의 본토 확산을 불안해하는 이유는 이처럼 감시를 피하기 위해 각종 암호들이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수현 인턴 nso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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