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탱고지휘소·군산 무인기 격납고 사업 등 7천50만달러 규모
독일 8곳·일본 5곳 등 해외 19개국 사업 18억달러 전용…미국내 예산 18억달러도
미 "취소되진 않아…동맹과 비용분담 협력할 시간 제공"…방위비협상서 논의 가능성
특히 미 국방부는 전용된 예산의 원상복구를 의회를 향해 희망하면서도 차질이 빚어진 해외 사업의 경우 해당 국가와 비용분담을 협의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서 미 국방부는 전날 국내외 군사시설 건설에 투입할 127개의 프로젝트 예산 중 36억 달러를 전용해 175마일(약 280km)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 의회 통지를 위해 세부 항목 공개는 하루 늦췄다.
멕시코 국경 장벽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이외 국가의 미군시설 사업 예산에서 모두 18억3천675만달러를 조달하는데, 이 중에는 경기 성남의 군용 벙커인 탱고 지휘소와 전북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 사업이 포함돼 있다.
금액으로는 탱고 지휘소 관련 예산이 1천750만달러, 군산 공군기지 예산이 5천300만달러다.
탱고 지휘소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군용 벙커로, 전술 핵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존재 자체가 비밀에 부쳐져 있었으나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알려졌다.
해외에 있는 군사시설 예산이 전용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9개 국가가 공개됐다. 나머지 2건의 예산은 나라를 특정하지 않았다.
독일이 가장 많은 8곳의 군사시설에서 4억6천755만달러의 예산이 전용되고, 일본은 5곳(4억568만달러), 영국(2억5천57만달러)은 4곳이었다.
이밖에 바레인, 벨기에, 불가리아, 쿠바, 에스토니아,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터키에 위치한 시설도 전용 대상에 포함됐다.
국방부는 나머지 17억6천324만달러의 경우 괌 등 미국령 해외 군사기지와 미국 내에 있는 기지의 예산에서 전용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 국방예산 66억달러를 장벽 건설에 전용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소송으로 비화해 1·2심에서 제동이 걸렸으나, 지난 7월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5대4의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줘 다시 추진됐다.
워싱턴의 한국 소식통은 "이번 결정은 미 행정부가 의회에서 예산을 받지 못하자 행정부 자체 권한으로 예산을 전용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을 가능성 여부에 대해선 "미국의 다른 동맹국 예산이 더 많이 전용됐고, 예산 전용 문제는 지소미아 이전부터 나왔던 사안"이라며 "한미동맹이나 지소미아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방부는 이와 관련, 미 국방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공식 통보받았다면서 "(그러나) 미 국방부는 이런 조치가 방위비분담금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예산전용이 동 사업의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해당사업은 미군 자체 예산을 사용한 군사건설사업으로, 방위비분담금을 통한 군사건설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전용된 사업들이 지연된 것이라면서 해당 국가들과 비용분담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놨다.
일레인 매커스커 국방부 차관 직무대행은 3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예산 전용이 127개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회가 (예산을) 다시 채워 넣는다면 어떤 프로젝트도 지연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약간의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들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공보 담당 조너선 호프만은 "이번 (결정의) 의도는 해외건설 프로젝트의 비용 분담 개선을 두고 우리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 기금을 복구할 좋은 기회를 결정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된 것이 아닌 만큼 동맹국들에 비용을 분담하자고 요구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이번 예산 전용 결정이 한국만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동안 방위비 증액 압박과 맞물려 한국 내 시설 2곳의 예산 전용을 향후 방위비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해 보인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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