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표심에 휘둘리는 정책들]
예타 면제사업 23개나 선정
내년 국세감면은 51조 넘어
SOC에 3년간 30조 투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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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동남권신공항(김해신공항),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역 표심을 흔들 만한 굵직한 이슈들이 결정을 앞두고 있다. 모두 정치적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국책사업이어서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염두에 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들어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23개 선정했고 체육관·도서관 등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에 3년간 국비 3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지역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기조는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돼 올해보다 43조9,000억원(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됐고 SOC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인 12.9% 증가한 22조3,055억원으로 책정됐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동남권신공항 검증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지만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총리실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전문가로 검증위를 꾸릴 계획이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검증위가 가동돼야 대략적으로 스케줄을 확정할 수 있다”면서 “지역 대표를 넣으면 검증 결과를 수용하지 못할 테니 중립적인 전문가를 넣되 지역에서 문제 제기를 하면 제외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권신공항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후보지로 압축돼 정권마다 추진과 백지화가 반복됐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연구용역은 올해 말 결과가 나온다. 200여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 거론된다. 내년 4월 선거를 앞두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책은행 본점 등 공공금융기관도 옮기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역시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삼아 정치논리를 반영한 결정이 뒤따를 공산이 크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이민원 광주대 교수는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산업은행·한국투자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이보다 많은 210개 기관 이전을 제시했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한 인위적 SOC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SOC 관련 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년 예산안에는 제2경춘국도(200억원), 서남해안 관광도로(400억원) 등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예타 면제 사업이 상당수 반영됐다. 생활 SOC 예산은 10조3,766억원으로 올해보다 29.8% 늘었고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33개 사업 착수에도 4,740억원이 투입된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은 정치적 목적 외에 경기 측면에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후세에만 부담을 지워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성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사업 추진도 대폭 늘었다. 정부는 20년 만에 예타 제도를 개편해 경제성 평가 비중은 낮추고 사회적 가치 기준 비중을 높여 문턱을 낮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예타 통과율이 대폭 올라갈 수 있어 예타 면제 기준을 구체화하고 예타 대상 사업 범위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내년 비과세나 감면으로 깎아주는 세금인 국세감면액은 올해보다 1조8,000억원 늘어난 51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세감면율은 15.1%로 2년 연속 법정한도(1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전력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한 것도 선심성 행정으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선거를 비롯한 정치적인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어느 정부든지 세금을 쓰는 쪽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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