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경기 침체 우려·伊 정치적 위기 상황에 브렉시트 불확실성마저 덮쳐
전문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에는 하드 브렉시트 버틸 체력 있었다"
경제 위기가 英 정부와의 재협상 강경 입장 완화시키지는 않을 것
친(親) EU 시위대가 2일(현지시간) 런던 정부 청사 앞에서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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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오는 10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이 임박하면서 영국이 협상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고조되자,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휩싸인 유럽 대륙의 불안감도 덩달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연정이 붕괴되면서 이탈리아가 정치적 혼란에 빠져있고,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마저도 경기 침체의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까지 덮치게 되면 유럽 전체가 더 깊은 '불확실성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유럽 대륙이 '브렉시트'의 충격을 견딜 만큼 강하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가 결정됐던 불과 2~3년 전과 지금의 유럽은 분명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엔젤 탈라베라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EU는 하드 브렉시트(EU와 영국의 완전한 결별)를 견뎌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유로존은 크게 약화됐고, 하드 브렉시트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유럽 대륙에는 정치, 경제적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독일은 핵심 산업인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이 침체되면서 경제 불황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는 주세페 콘테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극우 동맹당과 오성운동 간의 연정이 붕괴되면서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이 같은 정치적 혼란은 이탈리아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마저 저하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나머지 유럽 국가는 안정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유로존의 연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유로존 위기'가 영국과의 브렉시트 재협상 과정에서 EU의 입장을 완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가 현재로서는 유럽회원국이 단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이슈인데다, 자칫 브렉시트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회원국 탈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실존적 우려'가 EU 내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을 제외한 EU국가들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브렉시트 사안에 대해 비교적 단합된 모습을 보여왔다. 오늘날에도 '강경 브렉시터'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아일랜드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제외한 협상안을 놓고 EU와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EU는 백스톱 조항 재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합의없는 영국의 EU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EU가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른바 최악의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입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가 유로존에 입힐 경제적 타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NYT는 유럽 국가들은 유로존이 유럽 대륙 전체를 부유하게 만들었고, 현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규칙'도 유지돼야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브렉시트 재협상에 대한 유럽 지도자의 입장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즈타바 라만 유라시아 그룹 상무는 "브렉시트는 EU를 위한 일종의 팀 구성 훈련"이라면서 "중국과 미국과의 외교 문제 등 너무 많은 사안에서 유로존이 분열돼 있고, 이들에게 '브렉시트'는 연합이 다시 단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분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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