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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 생중계된 ‘국정농단’ 법정…희비 엇갈린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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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간 이어진 선고문 낭독,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대부분 인정

삼성 측 “가장 형이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 무죄 확정에 의미” 주장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대법원 인근에서 시위 이어가

헤럴드경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상으로 판결을 마치겠습니다.”

50분간 생중계된 ‘국정농단’ 상고심 판결 선고를 마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최순실 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판결한 후다.

29일 오후 2시 정각,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이 입장했다. 김 대법원장은 피고인 박근혜, 최서원(최순실), 이재용 순서로 판결을 선고한다고 고지하고, 50분간 판결문 낭독을 이어갔다.

중간에 별개의견을 낸 대법관들이 발언한 10분여를 제외하면 김 대법원장이 홀로 40분간 낭독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을 선고할 때는 판결문을 한 행씩 손으로 짚어가면서 꼼꼼히, 신중하게 낭독해 내려갔다.

이례적으로 생중계 된 이날 선고에서 카메라는 대체로 낭독하는 김 대법원장을 비췄지만, 종종 다른 대법관들도 화면에 담았다. 대법관들은 의자에 몸을 깊이 묻고, 골똘한 표정으로 김 대법원장의 낭독을 들었다.

세명의 피고인 중 대법관 모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가 내려진 박 전 대통령 사건 뿐이다. 김 대법원장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원심의 유죄부분을 파기 환송, 무죄부분 확정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머지 최 씨와 이 부회장 사건은 각각 쟁점별로 별개의견을 낸 대법관들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결론이 난 최 씨 사건에서는 이동원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그리고 민유숙 대법관이 대표로 별개의견을 낭독했다.

선고가 끝난 후 최순실 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을 어느 정도 상정하고 미리 입장문을 만들었는데 예측한 것이 거의 받아들여진 것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오늘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의 기금을 만들 때 강요, 폭행, 협박은 없었는데 1심과 2심 모두 계속 유죄로 판단했다”며 “마지못해서 강요는 없었다고 한 정도이지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 측 이인재 변호사는 “대법원이 대통령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면서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마필의 사용을 뇌물로 인정했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별개 의견이 있었음을 상기해달라”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대법원 앞 시위대 모습[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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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가 끝난 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박 대통령이 뭘 받았냐”, “해괴한 판결이다”라고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출근 시간부터 지하철 2호선 서초역은 태극기를 들고 썬글라스를 착용한 이른바 '태극기부대'와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이들로 나뉘어 각자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우리공화당 슬로건으로 전면을 도장한 전세버스 2~3대와 확성기를 차 지붕에 부착한 트럭으로 대법원 반대편 차로 차선 4개 중 3개를 차지했다. 시위대는 노래와 구령에 맞춰 “박근혜!”를 외쳤다.

경찰은 서초동 대검찰청 입구부터 시작해 ‘ㄷ’자 모양으로 대법원 청사를 외부에서 한 번, 내부에서 한번 차벽으로 감쌌다. 서초역 사거리 부근은 경찰과 시위대에 의해 차선이 점거돼 차가 막히는 등 혼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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