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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박근혜 탄핵 부른 국정농단, 3년 만에 사법판단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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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뇌물 수수·공여액 86억원으로 결론

파기환송심 남았지만 유무죄 가려져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2016년 9월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40년간 가까이 지낸 최순실(63) 씨의 존재가 외부로 드러나며 이른바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진 지 3년 만이다.

이날 대법원은 같은 사건을 두고 하급심별로 판단이 엇갈린 뇌물 혐의에 대해 통일된 결론을 내렸다. 추후 파기환송심은 남았지만 유·무죄는 모두 가려진 셈이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주고받은 뇌물 액수를 86억원으로 판단했으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위한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정국을 뒤흔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은 이제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의혹으로 촉발

국정농단 사건은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의 출연을 받아 설립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2016년 9월께 언론 보도로 최순실 씨의 존재가 드러났고, 10월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최씨가 받아보고 고쳤다는 '태블릿PC 보도'가 터져 나왔다.

최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짙어지자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독일에 머물던 최씨는 귀국해 수사를 받다가 구속기소 됐다.

박 대통령은 11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고, 특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별검사로는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임명했다. '박영수 특검'의 탄생이었다.

국회에선 탄핵 논의가 시작됐다. 탄핵소추안이 2016년 12월 발의돼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가결됐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대통령 직무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행하게 됐다.

같은 달 21일엔 박영수 특검이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가 좌천된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현 검찰총장)가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특검은 삼성그룹의 뇌물공여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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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삼성,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은 대가관계"
(서울=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하고 있다. 2019.8.29 [연합뉴스 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탄핵 이후 본격 수사…903일만의 대법원 판결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구속기소를 신호탄으로 17명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구속기소 됐고, 이재용 부회장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에게는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 측에 430억원대 뇌물을 수수 또는 약속한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 수사가 시작된 건 그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다.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한 혐의로는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3월 31일 구속됐고, 2주 후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비를 받은 혐의(뇌물)와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후원금을 내라고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강요) 등 18개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은 기소 1년 만인 지난해 4월 나왔다. 재판에 나온 증인만 130여 명, 기록은 14만 쪽이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열린 2심에선 일부 뇌물 혐의가 추가돼 선고된 형이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으로 늘었다. 변호인들이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사임계를 제출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방어권을 포기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최씨는 2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70억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 열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선 뇌물액이 줄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구속 353일 만이었다.

대법원은 올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서 6개월 만에 2심 판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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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 hkmpooh@yna.co.kr



◇ 상고심 핵심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인정 여부

이번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포괄적 현안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봤고, 이를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수수한 뇌물 액수는 86억원으로 판단했다.

반면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씨의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3마리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른 이 부회장의 총 뇌물·횡령 인정액은 36억원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인정액보다 50억원이 적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말 3마리에 대해선 "소유권까지 취득하지 않더라도 실질적 사용 처분권을 취득한다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최씨의 뇌물수수액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을 86억원으로 정리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판단과 동일한 결론이다.

이 부회장은 뇌물·횡령액이 36억원에서 50억원이 늘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형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했다. 뇌물과 직권남용·강요 등 다른 혐의를 분리해 선고할 경우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

이들의 파기환송심 심리는 길어진다면 선고까지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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