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에 옥천 교동 "감형 희망"
충북 옥천 육영수 생가 관람객, 국정농단 이후 반토막
생가 방명록엔 "박근혜 석방하라. 사랑합니다" 메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상고심 최종 판결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충북 옥천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 생가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방송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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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밉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불쌍해.”
29일 오후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 경로당.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판결에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주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노인이 “서울고등법원인가, 거기서 다시 재판한다는 거 아녀”라고 말하자 이내 한숨이 흘러나왔다.
주민 김모(77)씨는 “최순실이 모든 일을 벌였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함께 엮여 여태 고생을 하고 있다”며 “어찌 됐든 대통령이 주변 사람을 잘못 둔 것에서 비롯된 일이니 재판부가 시비를 잘 가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재판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감형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교동리는 박 전 대통령의 외가이자 고 육영수 여사(1925∼1974) 생가가 보존된 마을이다. 육 여사 생가는 조선 후기 지어진 99칸의 전통 한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 육 여사는 유년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옥천군은 낡아 허물어진 이 집을 2011년 37억5000만원을 들여 복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상고심 최종 판결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충북 옥천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은 시민들이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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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여사 생가는 옥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생가 주변에 연꽃단지와 커피숍 등이 들어서 있고, 전통문화체험관도 조성 중이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3년에는 박근혜 지지자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역대 최고인 37만5000명이 다녀간 적도 있다. 그러나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이듬해 탄핵당하면서 육 여사 생가를 찾는 발길은 줄어들고 있다.
옥천군에 따르면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은 방문객 수는 2015년 19만4077명에서 2016년 16만7772명으로 감소했다. 2017년엔 8만7490명으로 전년보다 약 48% 감소했다. 지난해 방문객 수는 6만6277명에 불과하다. 옥천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국정농단과 무관한 옥천까지 악영향을 끼쳐 육 여사 생가를 방문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육영수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다고 한다. 생가 관리자는 “부산·대구 등 경상도 사람들이 타 지역 관광지를 들렸다 내려가면서 이곳을 방문한다”며 “육영수 여사 초상화 앞에서 헌화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생가 입구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박근혜 석방’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박근혜를 속히 석방하라’는 글귀가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상고심 최종 판결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충북 옥천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은 시민들이 생가를 둘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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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방호길(65·대전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안쓰러운 마음에 육 여사 생가를 찾았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63)씨는 “박 전 대통령 덕에 호황을 누렸던 마을이 국정농단 여파로 활기를 잃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육 여사에게 번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생가 주변의 침체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생가 인근 1만3000㎡에 들어서는 체험관은 서예·다도·전통음식·예절 등을 배우고 체험하는 곳이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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