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넘으면 이재용 집유 힘들 듯…'말 뇌물'·경영승계현안 인정여부 관심
재산국외도피 '무죄' 뒤집히나…박근혜 '뇌물 분리선고 위반' 파기환송 가능성
박근혜ㆍ이재용 상고심 (CG)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운명을 결정지을 상고심 선고가 29일 오후 2시 내려진다.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삼성과 관련된 뇌물액이 80억여원이라고 인정돼 징역 25년 및 벌금 200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이 부회장은 36억여원만 뇌물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구속상태서 풀려났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엇갈린 2심 판결을 받아 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인정됐지만 이 부회장에게는 인정되지 않은 뇌물 혐의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 이재용, 횡령액 50억원 넘으면 집행유예 힘들 듯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유죄로 인정된 뇌물공여액이 50억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승마지원과 관련해 용역대금 36억여원을 뇌물로 준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인정된 뇌물액수에 따라 횡령액도 36억여원만 인정됐고, 이로 인해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최종 법정형은 다중 범죄에 따른 경합법 가중과 작량감경 과정을 거쳐 '징역 1년6개월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이렇게 정해진 법정형 범위 내에서 '이 부회장이 정치권력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유리한 양형요소와 '국내최대 기업인 삼성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는 불리한 양형요소 등을 감안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형으로 정한 뒤 집행유예 4년을 함께 선고했다. 집행유예는 선고형이 징역 3년 이하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대법원이 2심에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 집행유예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법원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삼성이 정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의 가격 34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2심은 말 3마리 소유권이 최씨 측에게 이전된 것이 아니라고 봐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말 사용료만 뇌물로 제공됐다고 판단했다. 산정할 수 없는 뇌물액이라고 봤기 때문에 당연히 횡령액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이 말 3마리 가격을 뇌물액으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50억원을 넘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까지 뇌물액으로 인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이 이를 뇌물액으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의 법정형은 특경법에 따라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경합범 가중과 작량감경을 통해 법정형이 '징역 2년6개월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조정되지만, 이 부회장에게 여러 범죄혐의가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고형이 징역 3년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집행유예가 불가능해진다.
[연합뉴스TV 제공] |
◇ '경영권 승계 현안' 인정되면 영재센터 뇌물 16억도 유죄 가능성
대법원이 2심과 같이 말 구입액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은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있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최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뇌물공여 당시 삼성에 경영권승계에 관련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삼성 측이 이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묵시적 형태로 박 전 대통령에게 했다고 인정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할 일도 없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은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은 물론 총 횡령액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삼성그룹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다는 2심의 판단은 삼성그룹의 경영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가 뇌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안을 두고 각 재판부가 모순된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심처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하면 말 구입액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52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말 구입액에 대한 판단과 상관없이 집행유예 선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 무죄 선고된 재산국외도피, 대법서 뒤집히나
2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은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뒤집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허위로 지급신청서를 은행에 제출해 회삿돈 37억원을 최씨 소유인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송금했다는 혐의다. 말 구입액 등 42억원을 독일 삼성계좌에 송금한 혐의도 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법정형이 횡령죄보다 무겁기 때문에 유죄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2심 재판부는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이 부회장 등에게 도피의 범죄의사도 없었다고 보인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최씨에게 뇌물을 공여하려는 의도에서 코어스포츠 계좌에 송금한 것일 뿐 국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킨다는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최씨가 송금된 돈을 독일에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 부회장이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돈을 송금하면서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송금 명목으로 회사 내부 품의절차를 거치고, '컨설팅 서비스'를 지급사유로 하는 허위의 지급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도피의 고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뒤집어 유죄라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은 실형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정해진다.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최하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해야 하기 때문에 집행유예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
[연합뉴스TV 제공] |
◇ 박근혜 1·2심 선고 법 위반?…분리선고 여부 촉각
박 전 대통령의 1·2심 선고가 법 위반이라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쟁점이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간과하고 모든 혐의를 경합범 관계라고 판단해 한데 묶어 선고형을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이는 "선출직 공직자가 재임 중 범한 뇌물죄와 나머지 죄에 관한 형을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2011년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되기 때문에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관측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상 분리선고 규정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법 규정이고 대법원 내부규칙에도 분리선고를 하지 않을 근거는 전무하다"며 "명백한 법 위반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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