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직계가족 사과는 처음
방명록엔 “5·18 정신 새기겠다”
5월 단체 “뒤늦게라도 다행”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지난 23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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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했다. 5·18을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인사 직계가족 중에서는 첫 사례다.
26일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53)씨가 지난 23일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노재헌씨 측은 이날 오전 9시쯤 5·18민주묘지관리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참배 의사를 밝혔다.
노재헌씨의 광주행은 중병을 앓아 운명을 앞둔 노 전 대통령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됐다. 노씨는 이날 동행한 4명에게 “노 전 대통령이 5·18민주묘지에 참배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다”며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5·18민주묘지에 참배하는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여드리고자 하는 취지로 광주에 왔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5·18은 ‘광주사태’로 불리다 1988년 노태우 정권 때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현재 말도 잘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노재헌씨는 5·18민주묘지 신묘역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윤상원·박관현 열사와 전재수 유공자, 행불자 등 5곳의 묘역을 찾았다. 5·18 당시 윤상원 열사는 시민군 대변인, 박관현 열사는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5·18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전재수 유공자는 5·18 당시 11살의 나이로 희생됐다.
노씨는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묘역 한 곳마다 5분 이상 무릎을 꿇고 머물렀다. 노씨가 묘역 앞에서 참배할 때는 아무 말 없이 엄숙한 분위기였다고 전해졌다. 노씨는 약 1시간 30분 동안 5·18민주묘지 신묘역내 추모관, 유영보관소 등을 참배했다.
참배에 앞서 재헌씨가 작성한 방명록.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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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5·18 민주의 문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게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 노씨와 함께 했던 이들은 “노씨가 광주에 온 이유에 비춰봤을 때 방명록에 쓰인 글귀도 노 전 대통령이 아들과 오랫동안 교감한 내용일 것”이라고 전했다.
노씨는 5·18민주묘지 신묘역에서 참배를 마치고 망월동 구묘역도 찾았다. 노씨는 구묘역에서 봉분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와 신묘역과 달리 국립묘지가 아닌 이유를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5월 단체 내부에서는 신군부 인사 직계가족의 사과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5월 단체 관계자는 “뒤늦게라도 사죄의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노재헌씨의 참배와 사죄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포함해 역사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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