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도버 건물에 그려졌던 것…벽화 사라지고 비계만 남아
뱅크시가 그린 벽화의 일부. 브렉시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 작업자가 12개의 별로 구성된 EU 국기에서 별 하나를 끌로 파내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상징화한 '얼굴 없는' 거리예술가 뱅크시(Banksy)의 벽화가 갑자기 사라져 주변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벽화는 잉글랜드 남동부 항구도시 도버의 한 건물 벽면에 새겨졌던 것으로, 한 작업자가 12개의 별로 구성된 EU 국기에서 별 하나를 끌로 파내는 작업을 하는, 브렉시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CNN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도버 지역의 캐슬 어뮤즈먼츠(Castle Amusements) 빌딩의 한쪽 면을 지난 2017년부터 장식하고 있던 뱅크시의 벽화가 지난 주말 갑자기 사라졌다.
지역 주민 데이비드 조지프 라이트는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 즉 비계가 지난 24일 벽화 옆으로 세워졌고 다음 날 오전에는 그 작품의 모습이 없어졌다고 CNN에 말했다.
앞서 건물 주인인 고든(Godden)가(家)는 2017년 성명을 통해 벽화를 "유지하거나 제거할지, 아니면 팔아버릴지를 궁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판매 쪽으로 결정 나면 수익금을 지역 자선단체들에 기부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벽화 위로 페인트가 칠해졌는지, 아니면 판매 용도로 치워졌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2017년 5월 뱅크시의 벽화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도버 지역에 그려진 이 벽화는 그동안 지역의 명물이 돼 왔다. 관광객들도 일부러 이 지역을 찾아와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지역 주민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인 리사 그린-존스는 페이스북에 "걸작을 지워버린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완전한 비극"이라며 최근에 아일랜드에서 찾아온 집안 식구가 가장 먼저 보려 했던 것도 벽화였다고 썼다.
또 다른 주민인 피터 개스틴은 이번 행위를 "문화적 반달리즘"으로 규정하고, 다른 지역이나 도시에서는 뱅크시 작품 위에 페인트가 칠해졌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다른 일부에서는 벽화가 어차피 철거될 건물에 그려진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거나, 벽화를 보면 브렉시트 이후에 대한 두려움이 상기되곤 했다며 더 보지 않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뱅크시는 이번 일에 대해 아직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뱅크시는 전 세계 도시의 거리와 벽 등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강렬한 내용의 그라피티를 남기는가 하면,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뱅크시의 벽화가 사라진 뒤 건물의 모습. 벽화 제거에 쓰인 비계가 설치돼 있다. |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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