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잣대로 압박 지속‥3대 훈련 폐지 이어 더 축소될 수도
GSOMIA 종료 불만 더해지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적신호'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얼굴)이 25일(현지시간) 한미연합 군사 훈련을 이번엔 "완전한 돈 낭비"라고 표현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에 불만을 표출한 미국을 달래기 위해 큰폭의 방위비분담금 비용 부담을 지든가 추가적 훈련 축소를 해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GSOMIA 요청을 거절한 이후 한미 동맹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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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 군사 훈련에 계속해 경제적 잣대를 들이댈 경우 추후 훈련 규모를 지금보다 더 축소할 수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미 올해 초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3대 연합훈련을 모두 폐지했다.
군은 키리졸브를 대신해 '19-1 동맹' 연습을 실시했으나 참가 병력과 기간이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2부 반격연습도 생략돼 일부 야당을 중심으로 '안보 무장해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성향의 미 폭스뉴스는 당시 "한미연합훈련의 종료는 값비싼 군사 훈련과 무기 테스트로 대응한 북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후반기 연합훈련의 경우 3주에 걸쳐 진행되고 2부 반견연습도 포함시켰지만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훈련 명칭에서 '동맹'을 빼고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라고 명명했다.
이 외에도 매년 4월 초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돼온 한미 해군ㆍ해병대의 '쌍룡훈련'은 올해 한국군 단독으로 진행됐으며 한미 공군 전력이 참여했던 대규모 항공훈련 '맥스선더'도 지난 4월 10년 만에 공식 폐지됐다.
군 당국은 북한과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등 한반도의 달라진 안보정세를 고려해 훈련을 축소했다는 설명이지만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올리는 상황에서 대비태세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과거보다 더 강한 훈련, 강한 연습, 더 확실하고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는 연습과 훈련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9월 중 시작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이 50억달러에 달하는 청구서를 작성해 우리 측에 전달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우리 측은 합리적 수준의 합의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기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틀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 미측은 방위비 분담금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작전지원항목 신설을 요구해 협상을 난항에 빠뜨린 바 있다. 우리 측의 강한 반발에 미측이 요구를 거두면서 없던 일이 됐지만 이 문제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는 '불씨'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 자체가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에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였지만 미국이 협정 자체를 흔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미측은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우리 측에 부담하라고 요구했었다. 이런 정황들은 곧 시작될 11차 협상에서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진짜 협상은 9월에 시작된다"면서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분명 우리 입장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의 분담금을 위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은 GSOMIA 종료 이전에 나온 만큼 희망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청해 부대 작전지역 확대 수준에서 미국이 요청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 파병을 추진하려던 계획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김 차장이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발언을 한 상황에서 미국의 눈 높이에 맞는 파병 계획이 필요하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GSOMIA 종료 결정이 한국 외교의 근간을 흔든 사건으로 진단했다. 그는 "GSOMIA 파기는 정보협력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일본에 복수하기 위해 우리 눈을 찌르는 동시에 미국의 뺨을 때린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때 정부의 역할은 해법을 찾는 것이지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하고 되돌아올 다리를 태워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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