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가운데 절반가량을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판 것으로 나타났다. 또 DLS 가입자 5명 중 1명은 그동안 펀드처럼 투자 위험이 있는 상품을 사본 적이 없었던 안정 성향 고객이었다. 이에 따라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고객에게 무리하게 추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우리은행·KEB하나은행이 국회 지상욱 의원(바른미래당)에게 제출한 DLS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개인에게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S 잔액(이달 19일 기준)은 934억원, 하나은행이 개인에게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S 잔액(이달 16일 기준)은 3488억원으로, 총 4422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판매한 DLS 상품 잔액이 2020억원(45.7%)으로, 거의 절반을 고령층에게 판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은행을 통해 DLS 상품을 산 개인 고객은 총 2043명인데,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은 768명(37.6%)에 달했다.
우리은행에서 독일 관련 DLS를 사들인 사람 가운데 16%는 "과거 펀드 가입 경험이 없다"고 했고, 하나은행 DLS 보유자 중 관련 투자 경험이 없다는 사람의 비율은 18.1%에 이르렀다. 금융 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이 은행 말만 믿고 DLS 상품을 샀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DLS 주요 판매 창구인 우리·하나은행을 상대로 특별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 당국은 독일 등 국가의 금리 하락기에도 은행에서 상품 판매가 강행된 배경에 검사의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아울러 금리가 하락할 때 '환매 만류'를 종용했거나, 내부 경고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사할 계획이다.
김성모 기자(sungm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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