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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일 대화 거부·모욕적 반응에 ‘지소미아 종료’ 정공법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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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결정 배경은

문 대통령 메시지에 ‘무반응’ 일관

외교장관 회의서도 일 태도 여전

NSC 상임위 직전까지 변화없어

청, 국제법·정보 교환 실리적 측면 등

유지·연장 포함 복수의 대응안 검토

실질 수요 없어 ‘안보공백 없다’ 결론

“국민의 자존감 지켜주는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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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 ‘유지는 하되 정보교류는 않는’ 절충안으로 기우는 듯하던 정부가 ‘협정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최근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었지만, 일본 정부가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무반응한 일본이, 어제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아무런 신호가 없었고,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22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굉장히 모욕적인 반응을 보였다. 꽉 찬 유리잔에 ‘마지막 물방울’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코 장관은 인터뷰에서 “한국에 무기 전용이 가능한 전략물자 관리체제가 불충분한 점이 있는데, 일본 측 요청에도 3년간 대화가 열리지 않았고 개선 전망이 없어 제도 운용을 재검토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 “한국은 냉정히 반응해주길 바란다. 불매운동 등의 확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훈계조의 말까지 쏟아냈다.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기 전까지 일본이 경제보복 조처를 철회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안에서는 7월 말까지도 지소미아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다수였고, 청와대 기류도 그쪽으로 가는 듯했다. 하지만 일본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우리나라를 제외시키면서 여러 대안들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이달 2일을 분수령으로 정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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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청와대는 △협정 종료 △협정은 유지하되 정보교류 중단 △협정 연장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수의 선택지를 두고 전문가들이 장단점을 다양하게 점검했다. 또 국제법적으로 이런 선택들이 문제가 없는지 비엔나협약까지 검토했다. 국민들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거의 매일 여론조사도 실시했다”고 말했다.

군사정보 교환의 실리적 측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졌다. 한 관계자는 “2018년에는 사실상 정보교류 수요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일본 측으로부터 우리 정보에 대한 공유 수요가 있었다. 정보교류에 대한 수요는 안보위기의 정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지난해 남북 간 군사합의서가 체결된 뒤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서 지소미아가 없어도 한반도 안보에는 우려할 만한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협정 연장·종료를 두고 미국과도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다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지소미아를 유지하되 정보교류는 하지 않는’ 절충안이 막판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울 때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분도 중요하고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도 지켜주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결정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보호용’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오직 국익만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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