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협정 체결 3년만에 파기 결정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측 불만 불가피
화이트리스트 시행땐 2차 충돌 우려
한일 군사정보보보협정(GSOMIA·지소미아)이 22일 결국 체결 3년만에 파기쪽으로 결론났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설 카드로 거론됐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날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측이 경제제재에 대해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자 청와대도 더이상 인내심을 걷어내고 강경 맞대응 카드를 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일갈등 폭풍속으로
청와대는 이날 그동안 거론됐던 연장, 폐지, 연장후 정보교류 제한 등의 세가지 방안중에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소미아 파기는 당초 예상에선 다소 벗어난 결과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소미아 연장'에 무게가 실렸고 대부분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한일관계 '마지노선'인 파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지소미아 파기는 지지층을 위한 코멘트 정도로 해석됐었다"며 "외교·안보쪽에서는 모두 지소미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청와대 역시 지소미아 처리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고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며 '대화의 손길'을 내민 것을 놓고 지소미아가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도 회담에 앞서 일본이 3대 수출규제품목의 개별허가 허용과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철회하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볼수 있다고 했다. 지소미아 연장의 조건을 제시했던 셈이다. 하지만 정작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측은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었고 결국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를 결심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019 대학생 통일 대행진단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파기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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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 정부의 제재기조에 변함이 없는 데다 우리측의 대화 제의가 사실상 거절당하면서 '강경카드' 선택으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파한 셈이다.
■28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강행 가능성
지소미아 파기는 생각보다 큰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특히 지소미아가 단순 군사정보협력을 뛰어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한미일 공조의 상징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의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동북아 안보를 위한 한미일 3국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날 만나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 정세 안정기조 등을 위해 지소미아 연장 등을 논의했지만 결국 파기쪽으로 결론났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소미아를 파기했을때 나오는 손해나 이런 부분은 단순히 수출규제 카드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안보에 맞는지 필요한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8일로 예정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도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1200여개 일본제품이 한국에 수출때 일본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실제로 영향을 받을 품목은 159개 정도라고 밝혔지만 중소기업의 '화이트리스트 우려'는 깊다.
일본 정부의 추가 경제보복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이후 추가제재를 하지 않았고 우리정부 역시 지소미아 이외의 카드는 꺼내들지 않았다. 지소미아 파기를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으로 맞대응하는 모양새가 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앞으로 '반일'과 '혐한'이라는 양국 국민들간의 감정싸움도 심각해질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강제징용 해법을 우리 나름대로 준비해서 미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미국을 통해 일본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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