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희망연대' 서울시 방문…"한국 시민들, 아베 정권 의도 간파"
박 시장 "한국 시민사회, 일본 전체 적대하는 것 아니다"
인사말 하는 박원순 시장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목표는 일본 전체가 아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21일 서울시청을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일본 희망연대' 회원들과 만나 "한국 시민사회는 강력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도 그것이 일본 그 자체에 대한 적대가 아닌 아베 정권과 부당한 경제보복, 그 조치의 기반을 이루는 군국주의와 일방주의가 타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아베 정부의 부당한 조치는 오랜 시간 많은 위기와 갈등에도 평화적이고 상생적으로 발전해온 한일관계를 얼어붙게 만들고, 일반적으로 확립된 자유무역의 국제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속담에 '비가 온 뒤에 땅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다"며 "이번 교류를 계기로 우정과 평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단초가 단단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사회는 강제징용자, 위안부 문제, 역사 교과서 왜곡 등 한일 과거사 문제에 깊이 공감하며 해결을 위해 함께 해주셨다"며 "과거사를 용기 있게 직시하고 피해자들과 손을 맞잡아 주신 일본 시민들과 시민사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일본 희망연대의 시라이시 다카시(白石孝) 대표는 "아베 정권은 일본 내에 혐한의식을 부추기고 한국의 보수 반동 세력과 연동해 문재인 정권을 공격한다"며 "내우를 외환으로, 즉 소비세 인상과 연금 문제 등의 국내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비열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일본 내에서는 일정한 효과를 거두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국 시민들은 아베 정권의 의도를 간파하고 '반일'이 아니라 '반 아베'를 명확히 내세웠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일본 시민사회가 아베 정권의 언행을 바로잡고 한일 연대운동을 고조하는 일"이라고 제시했다.
시라이시 대표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등 침략의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한일청구권협정이 일본이 준 혜택이라거나 한국 대법원 판결은 협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일본 사회로부터 불식시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연대와 함께 박 시장을 만난 야마자키 마코토(山崎誠) 일본 중의원 의원은 박 시장에게 따로 전달한 서신에서 "대립이 깊어지는 일한 관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며 "아베 정권과 그 주변 지원자들의 편향된 반한 프로파간다로 일본 여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된다"고 썼다.
야마자키 의원은 "한국과 일본은 소중한 이웃 나라"라며 "대립할 때가 아니다. 양국의 지혜를 모아 격차 사회, 고령화, 원전 문제, 에너지 등의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희망연대는 서울시의 혁신 사례를 보고 배우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6월 만들어졌다.
한국의 촛불집회를 소개한 '서울의 시민민주주의-일본의 정치를 바꾸기 위하여'라는 일본어책을 낸 바 있고 이달 8일에는 일본 참의원 회관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항의하고 서울시민에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방한은 경색된 한일관계 속에서 더욱 굳건한 시민 사이의 연대를 위한 것"이라며 "박 시장을 통해 일본 내 양식 있는 시민 세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의의도 있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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