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길이 보트에 15명 승선…닷새 이후부터 매일 2명씩 숨져"
발견 당시 생존자의 모습이 찍힌 사진.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15명이 탔는데…. 나 혼자 남았다"
해상 표류 11일 만에 몰타 해변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에티오피아 출신 남성이 난민 보트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해와 심금을 울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NSA 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아담 오가라는 이름의 이 남성(38)은 이달 초 리비아 난민 브로커에게 700달러(약 85만원)를 주고 길이 2m 남짓한 소형 고무보트에 올랐다.
당시 보트에는 임신한 여성을 포함해 14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 가나,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었다.
유럽으로 간다는 희망에 부푼 항해는 그러나 출발 직후 악몽으로 변했다.
보트에는 음식도 물도 구비되지 않았고,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은 이들을 피해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항해 중간에 연료마저 떨어지며 정처 없이 해상에 표류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은 짠 바닷물을 마셔가며 목숨을 부지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오가는 "리비아를 떠난 지 닷새 뒤에 2명이 죽었고, 이후 매일같이 2명씩 죽어 나갔다"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보트 옆을 지나가는 선박들도 있었지만 손을 흔들며 도와달라고 외쳐도 무심히 지나쳤다고 한다.
무더위 속에 시신은 부패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보트 밖으로 던져지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 12일 유럽연합(EU) 국경관리기구(Frontex) 소속 항공기에 최초 발견됐고, 이를 통보받은 몰타 해군 헬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표류 11일 만으로, 생존자는 그가 유일했다. 이미 목숨을 잃은 다른 난민 위에 널브러져 있는 그의 사진은 난민 보트의 참상을 실증하며 전 세계로 전파됐다.
마이클 파루자 몰타 내무장관은 트위터에 "구조 당시 남성은 다른 난민의 시신 위에 누워 있었다"고 묘사했다.
오가는 현재 극심한 탈세 증세로 몰타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 소수 민족 가운데 하나인 오로모족의 자결권을 위해 싸우는 '오로모 해방 전선' 소속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오가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이 단체를 불법으로 규정하자 15년 전 모국을 떠나 에리트레아, 수단 등에서 생활해왔다고 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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