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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보는 증시]"골프는 탄도학" 다사다난했던 팡야의 일대기

이데일리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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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보는 증시]"골프는 탄도학" 다사다난했던 팡야의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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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 손노리 하락세 때 독립해 '팡야'로 대박
국내 넘어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 '프야매'도 성공
현 최대주주 엔씨소프트, 팡야 모바일 준비 중
팡야 CI(출처=엔트리브 소프트)

팡야 CI(출처=엔트리브 소프트)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프로 야구구단 롯데 자이언츠 주전 1루수로 활약했던 박종윤 선수. 그의 현역 시절 별명은 ‘박팡야’였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 스윙이 자세가 흡사 골프 선수들의 스윙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박팡야란 별명은 즉 ‘골프=팡야’라는 인식이 세간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지어질 수 있었던 별명이다.

◇ “계산기가 필요해” 인기 골프게임 ‘팡야’

팡야는 엔트리브 소프트(이하 엔트리브)가 2004년 제작한 캐주얼 온라인 골프 게임이다. 귀엽고 캐주얼한 느낌의 캐릭터들과 방향과 샷 파워를 조절하는 간단한 조작 방식으로 일본의 유명 골프게임 ‘모두의 골프’와 비견되며 게이머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용이한 조작법과는 별개로 팡야는 고도화된 계산 능력이 필요했다. 팡야섬을 마왕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홀에 아즈텍골프공이을 집어넣어 마왕의 힘을 약화시킨다는 캐주얼 판타지 컨셉인 게임이었지만 실상 게임은 탄도학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철저한 계산에 따라 진행해야 했다. 공을 치는 각도와 우드 상수, 바람의 세기 등을 비거리에 맞춰 계산해 치면 홀인원과 알바트로스도 가능했기 때문에 대충 ‘감’으로 치는 초심자들은 ‘고인 물’들을 이길 수 없었다.

다만 게임 자체를 즐기려는 라이트 유저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게임이었고 일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접속자가 줄어들고 모바일 게임이 대세를 이루면서 결국 게임은 2016년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고, 일본 서버마저 2017년 문을 닫음으로써 팡야는 추억의 게임으로 남게 됐다. 개발사였던 엔트리브 역시 팡야와 함께한 10여 년의 세월 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는 초창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팡야 서비스 종료 공고문(사진=팡야 홈페이지 아카이브)

팡야 서비스 종료 공고문(사진=팡야 홈페이지 아카이브)




◇ 국내 게임 대기업이 눈독 들였던 엔트리브의 현재


엔트리브는 ‘어스토니아 스토리’, ‘화이트 게임’ 등으로 유명한 손노리의 온라인 게임 개발부서로 출발했다. 이후 손노리는 벤처기업 로커스 홀딩스에 인수됐다가 2000년 로커스 홀딩스가 플래너스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 편입된다. 결국 손노리 온라인 게임부문은 2003년 별도 법인을 설립해 분사하는데 이 회사가 바로 엔트리브다.

아이러니한 점은 본가라 할 수 있는 손노리가 이후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데 비해 분가를 결정한 엔트리브는 이듬해 ‘팡야’를 내놓으며 크게 성공했다는 점이다. 2006년 회사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SK텔레콤(017670)이 회사의 경영권을 사들였고 엔트리브는 2009년 퍼블리싱을 시작한 ‘프로야구매니저’가 국내 야구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기업 가치는 더욱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른 NHN(035420)과 엔씨소프트(036570)가 엔트리브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때 네오위즈(095660)게임즈까지 가세했던 치열한 인수전 끝에 결국 엔트리브는 2012년 ‘리니지’로 업계 위상을 공고히 한 엔씨소프트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뒤부터 엔트리브의 실적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1년 매출액 547억원과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던 알짜 회사는 이듬해 412억원 수준으로 매출액이 줄었고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엔트리브는 2013년에는 64억원, 2014년에는 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갔고 이에 2015년 엔트리브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스마일게이트에 매각하고 모바일 사업부문만을 남겨 100%로 자회사로 편입했다.

팡야 모바일 스크린 샷(출처=엔씨소프트)

팡야 모바일 스크린 샷(출처=엔씨소프트)




◇ 엔씨소프트, 엔트리브 전성기 이끌었던 ‘팡야’ 되살린다

스마일게이트로 넘어간 엔트리브의 온라인 게임부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팡야와 프로야구매니저는 모두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다. 엔씨소프트에 남은 엔트리브는 모바일 게임 ‘프로야구 H2’를 개발해 서비스 하는 정도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엔트리브가 엔씨소프트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엔씨소프트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리니지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이 압도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엔트리브가 한 획을 그었던 ‘팡야’의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해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지난해부터 팡야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출시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한국 및 일본 출시를 위해 팡야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은 미공개 모바일 신작을 엔트리브를 통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