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과 마주앉을 생각 없어"…'망발·뻔뻔' 원색적 표현으로 불만 표출 극대화
정부도 "깊은 유감" 대응 수위 높여…북미대화 지켜보며 상황관리할 듯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전날 광복절 경축사를 '망발'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남조선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진행 중인 한미 연합지휘소훈련과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을 문제 삼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열린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라고 촉구한 이후 북한의 불만 표출이 극대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날 담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당일 두 차례나 입장을 내고 신속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번 담화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오전 10시 30분께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그러한 발언은 남북정상 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4시간 만인 오후 2시 30분께에는 통일부 당국자가 백그라운드 브리핑(익명 보도를 전제로 한 대 언론 설명)을 자처해 "북한이 우리민족 최대 경사인 광복절 다음 날 우리에 대해 험담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오전보다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당국자는 특히 "북측이 우리를 비난한 것을 보면 당국의 공식 입장표명이라 보기에는 도를 넘는 무례한 행위"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상호존중', '금도' 등과 같은 단어를 써가며 북한에 '지켜야 할 선'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익명 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통일부 당국자가 직접 나서서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해 강하게 유감 표명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부는 '북한 매체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지난 11일 북한이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 명의 담화가 나왔을 때도 즉각 대응하는 대신 다음 날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힌 정도였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지나친 강경 대응보다 '절제된 반응'을 통해 상황관리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청와대나 통일부의 공식 브리핑이 아닌 익명 보도 전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한 것도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현재로선 북한이 '선(先) 북미-후(後) 남북' 프레임을 분명히 하는 만큼,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 종료 이후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북미 실무협상 진전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 모멘텀 회복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미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남북관계도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방향으로 기대하고 그런 방향으로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북한도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실명까지는 거론하지 않고, 16일 오후 현재까지 대내 매체를 통해 담화를 보도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대화의 여지를 여전히 두고 있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다른 말로 하면 (남측에) 기대했지만, 실망이 크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먼저 '대화하자'고 하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보다는 남측이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노력해달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 "평화경제, 북한과 대화 및 협력 계속하는 데서 시작" |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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