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으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기금운용평가에서는 '우수' 등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평가 기준이 전체 수익률 지표를 기반해 이뤄지는 만큼 개별 상품의 손실까지 반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기금운용평가 위원회가 진행한 40개 기금에 대한 지난해 자산운용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양호'보다 1단계 상승한 수치다.
10조4940억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2.22% 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6.40%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수익률이 크게 나빠졌다. 성격이 유사한 사회보장성 6개 기금 평균 수익률 -1.8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근 477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독일국채 금리 연계형 DLS 상품에 투자한 것도 지난해 7월이다. 해당 상품은 기대 수익률이 최대 연 6%지만 상품 계약 시 설정한 금리를 벗어나면 원금 전체를 잃는 초고위험군이다. 1년짜리 단기운용상품인 만큼 손실이 확정된 시점은 지난달이다.
기금운용 평가단은 지난해 국내외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다른 해외 연기금의 실적과 비교해서도 나름 선방했다고 판단했다. 연 1회 시행되는 기금운용평가는 계량지표인 수익률과 비계량지표인 자산운용 체계·정책을 두루 반영한다.
지난해 국내주식시장은 코스피 기준으로 연간 17.28% 하락했고,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ex-Korea, 달러 기준)도 9.2% 떨어졌다.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7.7%,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3.5%,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2.3% 등 마이너스 실적을 거뒀다. 국민연금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0.89% 손실을 봤을 정도다.
일각에선 고용보험기금의 DLS 손실이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기금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는 대부분 상품에서 수익을 실현했다. 지난달 기준 고용보험기금은 2853억원(2.71%)의 수익을 거뒀다. 손실을 본 상품이 포함된 채권자산군에서도 올해 805억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개별 상품군에서 손실을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방어했다는 얘기다.
일단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의 DSL 평가 손실의 경우 올들어서야 확정된 만큼 내년 기금운용평가 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66개 기금의 개별 상품 현황이나 실시간 수익률을 기재부가 직접 관리할 수는 없다"면서 "DLS 손실 등 개별 상품 손실에 따른 기금운용 실적 악화는 기금운용평가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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