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단순 업무방해 아닌 여론 왜곡…죄질 중해"
'김경수 이익 얻어' 1심 적나라한 서술은 생략
9월 5일 김경수-드루킹 법정 대면 '주목'
19대 대통령 선거 등을 겨냥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 씨가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30 (사진=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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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댓글 조작은 엄연한 위법행위라는 원심 판단이 유지되면서 김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심 재판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심 법원 "댓글 조작, 중대한 위법행위" 재확인
14일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는 김씨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원심보다 6개월 감형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고(故) 노회찬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과 검사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여러 사람의 포털사이트 아이디(ID)를 받아서 댓글의 공감·비공감 버튼을 일괄적으로 클릭한 행위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볼 수 있을지가 2심 재판의 쟁점이었다. 결과적으로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댓글 순위 조작이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온라인 여론 형성에 특정 집단이 의도적으로 개입할 경우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피고인들의 댓글 조작은 피해 회사(포털사이트)들의 업무를 방해한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저해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김씨 일당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기사 약 8만 건에 달린 댓글 141만개에 9970만회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하는 방법으로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2심 재판 과정에서 킹크랩 운용을 위해 사용한 3000개에 달하는 포털사이트 계정(ID)은 남의 것을 도용한 것이 아니라 경공모 회원의 동의를 받아 수집한 것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설령 포털사이트 실제 가입자들이 피고인에게 계정 사용을 포괄적으로 승낙해 양도했다고 하더라도, 임의로 뉴스 기사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클릭하는 것은 각 포털이 금지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계정 가입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공감·비공감 의사를 확인한 후 클릭행위 만을 킹크랩이 기계적으로 수행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의사 확인 없이 일률적으로 했다면 허위의 정보를 전송한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 드루킹 2심 재판부, 김경수 관련 심증·판단은 '삭제'
지난 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김씨 사건의 1심 판결문에서 "김경수(경남도지사)는 (댓글조작으로)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며 사실상 공범임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김씨 사건과 김경수 지사 사건을 모두 심리하고 있었다. 특히 1월 30일에는 오전(드루킹), 오후(김경수)로 나눠 1심 선고를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드루킹 판결문'에서 김 지사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생략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김 지사 관련 내용은 '김씨 등 피고인들이 김 지사가 속한 정당에 유리하도록 여론 조작 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 등 인사 추천을 요구했다'는 정도다.
김 지사의 2심 재판이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만큼 영향을 미칠 만한 서술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댓글조작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한 상황이다. 이에 김 지사가 유죄를 피하기 위해서는 킹크랩 개발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도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최대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김 지사 공판에는 킹크랩 개발 참여자인 강모씨(닉네임 '트렐로')가 증인으로 나와 킹크랩 개발은 김 지사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유리한 증언을 했다. 다음달 5일 공판에는 김씨가 증인으로 소환돼 법정에서 김 지사와 만날 예정이다.
한편, 김씨의 형량이 기존 3년 6개월에서 3년으로 줄어든 것은, 이날 오전 아내 폭행 혐의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형이 확정되면서 경합범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노회찬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준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정치자금법 위반에 따라 별도로 처리됐다. 재판부는 "노 의원의 사망 사실을 다툴 뿐 아니라 해당 정치자금을 다른 곳에 보관 중이라고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반복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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